오늘 예정… 국방부, 밤새 연기 요청한 듯
성우회등 20여개 단체는 11일 대규모 집회


6일 국방부에 ‘초비상’이 걸렸다. 전직 국방부장관들이 7일 전시(戰時) 작전통제권 환수 중단 요구를 위한 모임을 갖기로 한 데다 11일 오후 3시 예비역 장성들의 모임인 성우회를 포함한 20여개 안보·시민단체가 서울역 광장에서 대규모 ‘작통권 환수 저지’ 집회를 갖기로 했기 때문이다.

국방부는 이 같은 일련의 사태가 본격적인 ‘안보논쟁’으로 비화할 것을 우려, 다각적인 대책마련에 돌입했다. 그 결실인지 전직 국방장관들은 6일 오후 4시까지 확고하게 공언해오던 ‘7일 모임’을 연기하기로 했다. 공교롭게도 이 연기 사실은 국방부 홍보관리관실을 통해 밤 11시쯤 각 언론사에 통보됐다.

국방부측은 ‘압력설’을 우려한 탓인지 “배경은 모르겠고 (모임 취소) 사실을 각 언론사로 전달해달라는 요청을 재향군인회측으로부터 받았다”고 말했다. 본지는 이 입장을 김성은(金聖恩), 이상훈(李相薰) 전 국방장관에게 확인하려 했으나 양측 모두 “약을 복용하고 잠이 들어 전화를 바꿔줄 수 없다”는 입장만 밝혔다.

하지만 예비역 장성들의 모임인 성우회 고위 관계자는 “윤광웅(尹光雄) 국방장관이 6일 오후 전직 장관들에게 전화를 해 모임을 연기해 달라고 요청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해 ‘국방부 개입설’이 또 다른 논쟁을 불러일으킬 전망이다. 전직 장관들 모임이 다시 열릴지는 9일 이후 결정될 예정이지만 가능성은 높은 것으로 알려졌다.

성우회 등 20여개 안보·시민단체들은 11일 오후 3시 서울역 광장에서 ‘작통권 환수 저지’ 대규모 집회를 열 계획이다. 안보단체와 시민단체들이 이 문제에 뛰어드는 것은 “국가안보 문제를 국방부 등 정부당국자들만의 손에 좌지우지되도록 해서는 안 되겠다”는 절박한 위기의식에서 출발하고 있다. 앞으로 이를 둘러싼 사회적 갈등이 커질 수 있음을 말해주는 흐름이다.

◆전직 장관 모임 취소 이유 아리송

전직 장관들은 7일 서울 신천동 재향군인회 사무실에 모여 ‘전시작통권 환수 중단’을 재차 요구할 계획이었다. 모임 이후에는 전시작통권 환수가 한미연합사 해체를 통해 결국 한미동맹 약화를 초래할 것이라는 성명서도 발표할 예정이었다. 전직 장관 모임은 6일 오후 4시까지만 해도 예정대로 진행될 예정이었다. 한 장관은 “7일 모임은 예정대로 진행된다”고 확정적으로 말하기도 했다.

그런데 이날 밤부터 갑자기 바뀌기 시작했다. 국방부 홍보관리관실은 출입 기자 전원에게 전화를 걸어 “내일로 예정됐던 전직 장관들 모임이 연기됐다”고 알렸다. 전직 장관 모임 연기를 국방부가 통보한 것도 납득하기 힘들지만 이유 역시 명확하지 않은 일방적 통보였다.

이에 앞서 전직 장관들은 당초 “전시작통권 문제는 국회의 동의를 받아야 할 사안”이라는 내용을 담아 정치권에도 적극적 대응을 촉구하고, 윤 장관 발언에 대해 사과도 요구하겠다는 예정이었다.

한 전직 장관은 본지와의 통화에서 “우리가 옛날 장관이면 얼마나 옛날이겠나. 100년인가, 200년인가”라면서 “우리 모두가 이처럼 똑같은 목소리를 낼 정도면 사안이 심각한 것 아니겠나”라고 말했다. 전직 장관들은 윤 장관에게 전시작통권 환수 중단을 재차 요구하는 방안도 검토했다. 김성은 전 장관은 “전시작통권 문제는 사안이 너무나 중요하고 심각하기 때문에 한두 번 만나고 말지는 않을 것”이라고도 했다.

성우회 관계자는 “역대 장관들은 현 상황이 한국 군과 국방의 미래와 한미동맹의 중요한 전환기라는 데 인식을 함께하고 있다”고 말했다.

◆성우회 등 시민·안보단체

성우회는 인터넷 홈페이지에서 “전시작통권 환수를 유보하라”고 주장했다. 성우회는 최근 북한의 미사일 발사와 유엔 안보리 제재조치, 남북한 현 상황 등을 종합해 볼 때 전시작통권 환수는 ‘시기상조’라고 말했다. 성우회 관계자는 “국방에 대한 문제를 안보자주권이란 감성적 잣대로 접근하면 안 된다. 지금도 늦지 않았으니 한미동맹 강화에 더 주력해야 한다”고 말했다.

11일 서울역 집회에 대해 성우회 등은 “20여개 이상의 단체가 참가할 것”이라면서 “최소 수천명이 참석할 것”이라고 말했다./장일현기자 ihjang@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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