혁명열사릉 참배파문 민노총 지도부
사법처리 없이 논란으로 끝나… ‘참배 파동’ 반복


북한 혁명열사릉 참배로 파문을 일으키고 있는 민주노총 지도부는 지난 1999년에 이미 혁명열사릉은 물론 금수산기념궁전과 애국열사릉 등 북한이 ‘3대 혁명 성지(聖地)’로 부르는 곳을 모두 방문한 것으로 나타났다.

정부는 국가보안법에 근거해 사실상 3대 혁명성지의 방문을 제한하고 있지만, 당시 민주노총 지도부는 세 곳을 모두 방문하고도 아무런 처벌도 받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작년 8월에는 또 민주노동당 지도부가 애국열사릉을 참관하고도 역시 아무런 처벌을 받지 않아, 정부의 수수방관이 민주노총 간부 등이 올해 또다시 혁명열사릉을 참배하는 파동을 불러들였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논란으로 끝, 사법처리 없어=민주노총 지도부가 처음 참배 논란을 빚은 것은 1999년 8월. 이갑용(李甲用) 전 위원장 등 민주노총 대표단과 축구선수단 37명은 남북 노동자축구대회를 위해 북한을 방문, 김일성 시신이 안치된 금수산기념궁전을 참배했다.

금수산기념궁전은 1995년 7월 8일 김정일이 아버지께 선물로 바치기 위해 개관한 곳으로, 내부를 대리석으로 치장한 ‘성역화’의 상징으로 알려져 있다.


◇ (왼쪽부터) 금수산기념궁전, 혁명열사릉, 애국열사릉


당시 북한 조선중앙통신은 “민주노총 대표들과 선수들은 궁전외랑을 지나 ‘김일성 장군의 노래’가 장중하게 울려 퍼지는 홀에 들어서서 위대한 수령님의 입상을 우러러 경의를 표시했다”고 보도했다. 이들은 또 11일에는 만경대 김일성 생가를, 12일에는 혁명열사릉과 애국열사릉을 차례로 참배했다.

당시 김종필(金鍾泌) 국무총리는 “개인 및 단체의 대북관련 법질서 위반행위를 엄정히 조사해 의법조치하라”고 지시했으나, 유야무야됐다. 민주노총 관련자들은 입건조차 되지 않았다.

2005년 8월에도 마찬가지였다. 23~27일 평양을 방문했던 민주노동당 대표단이 애국열사릉을 찾아 묵념하고, 김혜경(金惠敬) 대표는 “당신들의 애국의 마음을 길이길이 새기겠다”고 적었다.

애국열사릉은 남한의 국립묘지 격으로 독립운동가와 인민군 지휘관, 노동당 고위간부, 광복 후 사회주의 건설 유공자 등이 묻혀있는 곳이다. 이 사실은 29일에야 뒤늦게 밝혀져 논란을 빚었다. 하지만 민노당측은 “냉전논리에 사로잡힌 한나라당의 음해 시도”라며 반박했다. 사법적인 처벌도 전혀 없었다.

◆정부 스스로 국보법 무력화 방치=이번에도 상황은 비슷하다. 애국열사릉에 참배하고 헌화한 ‘대표자’ 4명 중 한 사람인 민주노총 진경호 통일위원장은 민주노총 홈페이지를 통해 “3개월 전의 일을 제기하는 것은 공안당국과 수구세력의 합작품”이라며 “만일 (검찰이) 기소할 경우 진보진영의 맏형인 민주노총에 대한 전면공세의 시초로 간주해 전면 대응하겠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뉴라이트전국연합 제성호(중앙대 교수) 대변인은 “정부가 이들의 참배행위를 단순참배라며 한두 차례씩 계속 넘어가는 것은 스스로 국가보안법 무력화를 방치하고 있는 셈”이라고 말했다./박란희기자 rhpark@chosun.com
저작권자 © 조선일보 동북아연구소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