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외교부 수석 대변인 류젠차오 인터뷰
美금융제재로 北 큰 충격
韓·中관계는 벽 전혀 없어


류젠차오(劉建超) 중국 외교부 수석 대변인이 지난 2일부터 5일까지 한국을 방문했다.

류 대변인은 신문사(新聞司·司는 우리의 局에 해당) 사장(司長)으로, 북한이 지난달 5일 미사일 발사 실험을 했을 때 “관련 당사국들은 냉정과 자제심을 발휘해서 사태를 악화시키는 어떤 행동도 하지 말 것”을 촉구한 당사자다.

그는 우리 외교부의 뉴스 브리핑을 참관하고 조선일보를 비롯한 한국의 주요 언론사를 예방한 뒤 5일 일본 외무성의 뉴스 브리핑 참관과 일본 언론계 시찰을 위해 도쿄(東京)로 갔다. 서울에 온 그에게 북한의 미사일 발사 이후 중국과 남북한 관계의 변화에 대해 물어보았다.

―이번 방한 목적은.

“세 가지다. 추규호 한국 외교부 대변인과 만나 뉴스 브리핑 제도에 관한 의견을 교환하고 한국 외교부의 브리핑을 참관하는 것이 첫째요, 한국 언론사들의 중국에 대한 여론을 들어보는 것이 두 번째, 그리고 베이징(北京)에서 일하던 한국 특파원을 비롯한 옛 친구들을 만나는 것이 세 번째다.”

―북한의 미사일 발사 이후 중국과 북한 관계에 대한 국제사회의 관심이 높은데….

“중국과 조선(북한) 사이에는 조선의 미사일 발사로 의견 차이가 생겼다. 중국은 미사일 발사에 결코 찬성할 수 없는 입장이다. 미사일 발사는 한반도의 정세에도 좋지 않은 영향을 끼쳤으며, 북한에도 불리한 영향을 미쳤다고 생각한다.”

―중국과 북한 관계에 중대한 변화가 발생했다는 말인가.

“중국과 북한은 서로 주권 독립 국가이다. 기본적인 중·조 선린 우호에는 변함이 없다. 그러나 우리는 북한군 내부의 사정은 잘 모르고 있다. 조선은 중국의 말을 듣지 않는다.

그런데 조선은 중국의 말뿐만 아니라 조선 자신의 말도 잘 듣지 않는 것 같다(류 대변인은 중국어로 ‘朝鮮不聽話, 不聽中國的話, 不聽自己的話’라고 했다.

류 대변인이 말한 ‘조선은 자신의 말도 잘 듣지 않고 있다’는 말은 북한이 한반도 비핵화와 미사일 발사 관련 약속을 잘 지키지 않는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6자회담의 전망은.

“한반도를 대하는 중국의 일관된 정책은 평화와 안정의 유지다. 미국의 북한에 대한 금융 제재는 북한에 큰 충격을 준 것으로 보인다.

미국의 북한에 대한 금융제재가 6자회담에 영향을 주고 있다. 한반도의 비핵화와 평화를 위해 금융문제는 하루속히 해결되어야 한다고 본다.”

―한반도의 비핵화와 평화 가운데 하나만을 고르라면.

“나는 비핵화를 선택할 것이다. 핵무기는 남북한과 중국 어느 쪽에도 재앙을 가져올 것이다. 그러나 무력을 통한 해결은 안 된다. 한반도에서 전쟁이 일어나서는 안 된다는 것이 중국의 생각이다.”

―최근의 남북한 관계를 어떻게 보고 있나.

“도라산을 둘러보러 갔을 때 북한의 비무장지대 총격 사건에 대해 들었다. 북한 매체들을 통해 물난리의 피해가 크다고 듣고 있다. 한국이 수해 복구 원조를 제공하겠다고 한 것은 올바른 결정이라고 본다.”

―한·중 관계는 잘 돼 가고 있나.

“한국과 중국 사이는 친구 사이가 아닌 친척 사이다. 한국과 중국 사이의 거우퉁(溝通·커뮤니케이션)에는 보이는 벽이건 보이지 않는 벽이건 벽이란 없다.

한국 국정홍보처가 조사를 해본 일이 있다던데, 조사 결과 중국인들의 90%가 한국인들에게 호감을 갖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한다. 이런 조사 결과는 실로 얻기 힘든 조사 결과다.

아마 한국인들도 중국인들에 대해 비슷한 수치의 호감을 갖고 있을 것이다. 수교 14년 만에 한·중 관계가 이렇게 될 줄은 누구도 예측을 못한 일이었다.

노무현 대통령과 후진타오(胡錦濤) 주석은 친구 사이다. 두 사람 다 한·중 관계를 만족스럽게 생각하고 있다. 북한 핵문제와 미사일 문제에서 한국과 중국은 공통인식을 갖고 있다.

한국의 TV 드라마는 내 와이프에게까지 영향을 미치고 있다. 우리 외교부 직원들에게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요즘 중국에 진출한 한국 기업들 사정이 좋지 않다던데….

“기술과 인재·자금 면에서 불충분하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시장경제는 경쟁이 기본이다. 또 질서 있는 경쟁이 중요하다. 한국기업들은 이제 한국에서 제일 좋은 걸 중국에 갖고 와야 한다. 낮은 인건비를 겨냥하는 것은 이제 안 된다.

기술과 매니지먼트 면에서 더 나아져야 한다. 중앙정부건 지방정부건 우리의 정책은 변함이 없다. 한국기업들은 제자리에서 멈추지 말고 경쟁력을 키워야 한다고 본다.”

―중국의 국력이 너무 빨리 확대되는 데 대한 불안감이 국제사회에 확산되고 있다.

“중국의 인구는 13억으로 한국 인구의 30배나 된다. 인구가 한국보다 많은 만큼 문제도 한국보다 많다. 우리는 결코 다른 나라를 해치지 않을 것이다.

중국은 국제사회가 조화로운 허시에(和諧) 사회가 되기를 바라고 있다.”

/박승준 전문기자 sjpark@chosun.com
/사진=주완중기자 wjjoo@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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