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정부 첫 駐美대사 한승주씨 인터뷰
盧대통령·李통일 외교금기 깬 발언 국제적 고립 불러


한국과 미국의 동맹이 위태롭다. 북한이 미사일을 무더기로 발사하면서 한반도의 안전에 대한 위협도 현실이 됐다.

이런 가운데 전시 작전통제권(작통권)의 한국군 단독 행사 밑그림은 10월이면 매듭지어질 전망이다. 노무현 정부 3년 반 ‘자주외교’의 결실이 이런 것일까.

현 정부에서 초대 주미대사를 지낸 한승주(韓昇洲) 고려대 명예교수는 “한미동맹이 완전치유되기는 어려운 상황”이라고 경고했다. 인터뷰는 지난달 31일과 4일 두 차례 이뤄졌다.

―최근 전직 국방장관 등을 중심으로 작통권 단독 행사 추진에 대한 우려가 제기됐다. 그렇게 되면 주한미군이나 한미연합사는 어떻게 되나?

“한국군과 미군을 통제하는 2개의 사령부가 있어서 협력·공조하는 방법밖에 없을 것이다. 현재의 미일동맹 구조와 유사하다.

그러나 일본은 우리와 달리 미·일 사령부를 병합하는 방향으로 가고 있다. 우리가 작통권을 거론하기 때문에 미국은 일본과의 유대를 더 강화해야 했다.”

―지난 3년 반 동안 국제사회에서 한국의 입지는 어떻게 달라졌나?

“지난 7월 G8(서방선진 7개국과 러시아) 정상회담에 다른 7개국이 더 초대받았지만 우리는 빠졌다. 국제사회에서 한국 정상이 그런 자리에 참석하는 것이 필요하지 않다고 생각하는 분위기가 있다는 얘기다.”

―2004년 12월 주미대사를 마칠 때 한미관계를 B학점이라고 했는데 지금은?

“C+ 이상은 어렵다. 미국은 작통권 이양을 서두르고 주한미군 감축·철군을 앞당기는 분위기다. 한미동맹이 약화 또는 와해의 길을 가고 있다고 할 수 있다.”

―한미동맹 약화와 한국의 국제적 고립 원인을 무엇으로 보나?

“외교상 금기인 ‘확성기’ 외교 때문이다. ‘북한 핵 보유에 일리 있다’(노 대통령), ‘(북 미사일 협상 관련) 미국이 실패한 것 아니냐’(이종석 통일부장관)는 식으로 말했다.

현안해결에 별 도움이 안 되는 얘기다. 이런 일이 반복되면서 한국은 ‘외교 하기 불편한 상대’가 됐을 수도 있다.”

―대통령의 안보관 중에서 특별히 지적할 만한 것은.

“북한이 핵무기 등 대량살상무기를 보유하려는 것이 안보에 대한 불안감 때문이므로 북한의 안전만 보장해주면 그것을 포기할 것이라는 생각은 현실과 거리가 있다고 생각한다.”

―2004년 초 자주파·동맹파의 충돌로 자주파가 승리했던 것이 오늘 같은 난맥상의 출발점이라는 분석도 있는데.

“그 갈등에서 자주파가 승리해 우리 외교가 달라진 것이 아니다. 대통령에게 자주파적인 생각이 있었기 때문에 그런 갈등이 발생한 것이다.”

―요즘 청와대에선 작통권·한미 자유무역협정(FTA)와 관련해 ‘친미자주’라는 신조어도 나온다.

“청와대의 인적 구성과 정서로 보아 그런 표현이 놀랄 일은 아니다.미국과 FTA를 추진하겠다는 결단이 예상 밖이었던 만큼 그 의지가 얼마나 진지한지 또 얼마나 오래갈지는 두고 봐야한다.”

―중국과의 관계증진이 약화된 한미동맹의 대안이 될 수 있나?

“중국을 미국에 대한 균형세력으로 활용한다든지 중국과 연합해 일본에 대응한다면 예상되는 결과는 두 가지다. 잘되면 중국에 이용당하고 잘 안되면 중국에 대한 우리 입장만 약해진다.

게다가 일·중도 실용적 태도로 관계개선 움직임을 보이고 있어 결국 우리만 따돌림받을 수도 있다.”

―동맹과 안보의 불안을 회복시킬 대책은 있나?

“노력해야 하지만 완전 치유는 어렵다고 본다. 미국은 많은 경우 웃는 낯으로 넘기고 못들은 척했지만 결국 다 누적돼 왔다.”
/강인선기자 insun@chosun.com
/사진=전기병기자 gibong@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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