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태 관망설’ vs ’건강 이상설’


◇북한의 장거리 탄도미사일 시험발사에 대한 국제사회의 우려가 커지고 있는 가운데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군부대 시찰 행보를 지속적으로 이어가는 것으로 알려졌다. 사진은 지난 5월 조선인민군 제 1891 부대를 시찰하는 김정일 위원장./연합자료사진

북한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대포동 2호 등 미사일 시험 발사 이후 ’사면초가’의 정세 속에서 한 달 넘게 공개석상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고 있다.

김 위원장이 장기간 모습을 드러내지 않자 미사일 사태 이후 날로 악화되고 있는 북한을 둘러싼 정세를 관망하고 있는 것이라는 관측에 무게가 두어지고 있다. 이와 함께 건강에 이상이 있는 것이 아니냐는 추측도 제기되고 있다.

김 위원장은 지난달 4일 새로 건설된 평양 대성타이어 공장을 현장지도차 방문했다는 보도가 조선중앙통신을 통해 나온 이후 6일까지 한 달 넘게 북한 언론 등 대외 선전매체에 등장하지 않고 있다.

김 위원장의 이런 잠행은 실패한 대포동 2호 발사가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대북결의로 이어진데다 근래 최악의 수해까지 겹치는 등 준(準) 국가적 위기를 맞고 있는 가운데 계속되고 있어 궁금증을 더해가고 있다.

북한 전문가들은 북한 국내외적으로 꽉 막힌 정세를 관망하며 새로운 활로 모색에 부심하느라 공개 활동을 자제하고 있는 것이 아니냐는 관측을 내놓고 있다.

김 위원장은 2003년 2월 핵무기비확산조약(NPT) 탈퇴 선언이라는 돌발 행동 이후 50일간 잠행했다가 김형직군의대학 시찰에 나서며 다시 모습을 드러낸 사례가 있어 한달가량 은둔 자체가 이례적이지는 않다는 것이 일반적인 견해다.

그러나 김 위원장은 아버지인 고(故) 김일성 주석의 12번째 기일인 지난달 8일 금수산기념궁전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고, 같은 달 10∼15일 북한을 방문한 후이량위(回良玉) 부총리 등 중국 친선대표단과의 면담도 회피한 것으로 알려지며 ’단순 잠행’ 이상 의미가 있는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미국의 대북 금융제재와 함께 국제사회의 압박이 높아지고 있는 가운데 악화일로를 걷고 있는 국내외 정세 속에서 내부 동요를 막기 위한 노력과 핵.미사일 문제를 둘러싼 대외적 돌파구 마련에 머리를 싸매고 있을 것이라는 관측이다.

이와 함께 김 위원장의 장기 은둔 때마다 제기되고 있는 ’건강 이상설’도 북한 소식통 사이에서 다시 고개를 들고 있다.

이런 관측은 지난 1월 김 위원장이 갑자기 중국을 방문한 뒤 지난 4월 안기부 제1차장 출신인 한나라당 정형근 의원이 “중국 방문시 비밀리에 베이징에 있는 우주센터내 의료기관에서 진료를 받았다는 첩보를 입수했다”고 주장, 건강 이상설을 제기한 것과 연장선상에서 나오고 있다.

소식통들은 김 위원장이 중국 방문 이후 활발한 현장지도 등을 다니긴 했지만 잇단 악재로 인한 심리적 압박과 스트레스 등으로 지병이 악화됐을 수 있다는 추측을 내놓고 있다.

그러나 김 위원장의 건강 문제는 특급 비밀에 부쳐질 수 밖에 없는 사안이다. 김 위원장의 병명과 관련해서는 ’당뇨가 있다’는 주장이 있고 ’신장이 안좋아 약을 복용하고 있다’, ’외국에서 심장약을 구한 적이 있다’는 등 수준에 머물고 있다.

전현준 통일연구원 북한연구실 선임연구위원은 “아직까지 김 위원장의 신변에 별다른 이상 징후는 없는 것 같다”면서 “미사일 발사 이후 비상 체제 속에서 국제정세를 주시하면서 드러내지 않고 정국을 지휘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전 연구위원은 “미사일 사태 이후 신변 안전을 고려한 행보라거나 건강 이상 등으로 인한 ’두문불출’ 등으로 추측할 수 있겠지만 이를 뒷받침할 만한 뚜렷한 근거는 없는 상황”이라고 덧붙였다./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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