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숙 휴양소를 현대가 리모델링한 외금강 호텔이 4일 개관했다./사진공동취재단

북한의 미사일 발사 이후 남북경협에 대한 우려가 높아지고 있는 가운데, 북한이 금강산관광 등 현대그룹과의 남북경협 사업을 변함없이 추진해 나갈 뜻을 밝혀 주목된다.

북한 아시아태평양평화위원회는 고 정몽헌 현대그룹 회장 3주기를 맞아 지난 1일 현대그룹에 보낸 조문을 통해 “남북 경제협력의 길을 앞장서 개척한 정몽헌 회장을 추모한다”며 “아울러 6.15 공동선언의 이념하에 정몽헌 선생이 심혈을 기울여 온 금강산관광 사업을 비롯한 남북 경제협력 사업에서 새로운 성과가 나올 것으로 확신한다”고 밝혔다.

명승지종합개발회사도 전문을 보내 “정몽헌 회장의 3주기를 맞아 현대아산 전 직원들에게 심심한 애도의 뜻을 표시한다”며 “앞으로도 온 겨레의 지향과 고인의 염원에 따라 금강산관광 활성화를 위한 귀사의 사업에 보다 큰 성과가 있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이는 북한 미사일 발사 이후 남측의 쌀과 비료 등 인도적 지원 중단과 뒤이은 북측의 이산가족상봉 및 면회소 건설 중지 등 일련의 사태로 인해 금강산관광 등 남북경협도 중단되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가 높은 가운데, 이와 관련해 북한이 처음으로 간접적이나마 남북경협에 관한 입장을 밝힌 것으로 풀이된다.

일각에서는 경색된 남북관계로 인해 금강산관광도 차질을 빚을 수밖에 없을 것이라는 비관론이 제기돼 왔다.

특히 북측이 ’금강산관광을 비롯한 남북 경제협력 사업에서 새로운 성과를 볼 수 있을 것’이라는 표현을 썼다는 점에서, 북측이 금강산관광뿐만 아니라 개성관광에 대해서도 전향적인 태도를 보이기 시작한 것이 아니냐는 관측도 제기되고 있다.

현대아산 관계자는 “북측이 평소 문서에 쓰이는 표현 하나 하나를 신경써서 작성한다는 점에서 조문의 내용은 의미심장하다”며 “개성 관광이 하루빨리 본 궤도에 들어갈 수 있기를 희망한다”고 말했다.

한편 현대그룹은 4-6일 금강산 현지에서 고 정몽헌 회장의 3주기 기념 행사를 겸한 신입사원 수련 행사를 진행했다.

현정은 회장과 320여명의 현대그룹 신입사원 등 참가자들은 정몽헌 회장 추모비앞에서 분향하고 고인의 넋을 기렸으며, 인근에 마련된 추모사진 전시장에서 고인의 모습이 담긴 사진을 감상하며 고인을 회상하는 시간을 보냈다.

현 회장은 추모사에서 “정몽헌 회장은 대의 앞에서 무엇과도 타협하지 않던 신념의 경영자였고 민족의 화해를 위해 가장 앞에서 발로 뛰었던 실천가였다”며 “고인의 뜻을 이어받아 금강산관광 등 남북경협을 성공적으로 이끌어 나가겠다”고 말했다.

추모 행사에 이어 북측의 여름 휴양소로 이용돼 온 ’김정숙 휴양소’를 개조한 외금강 호텔 개관 행사도 열렸다.

외금강 호텔은 지상 12층 규모에 160실을 갖춘 현대식 건물로 320명의 관광객을 수용할 수 있다고 현대아산은 설명했다.

한편 한완상 남북적십자사 총재는 외금강 호텔에서 열린 추모 만찬에서 현 회장과의 각별한 인연을 밝혀 눈길을 끌었다.

한 총재는 “재야에 있을 때 현 회장이 큰딸 지이씨를 임신한 만삭의 몸으로 이화여대 대학원 석사 논문을 봐 달라며 찾아 왔었는데, 논문 주제가 최초의 민족 여성단체인 근우회와 관련한 내용이었다”며 “당시 재벌 며느리가 사회주의와 밀접한 관계가 있는 단체와 관련된 논문을 써 온 것을 보고 많이 놀랐는데, 지금 생각해보니 남북경협을 이끌어 가기 위해 그런 논문을 쓴 것이 아닌가 생각된다”고 말했다.

현 회장은 5일에는 외금강호텔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현대그룹 경영을 맡은 지난 3년을 회상하고 현대건설 인수 등 현안에 관한 입장을 밝혔다.

현 회장은 “북한의 미사일 발사 등으로 인해 남북 관계가 어려운 상황이 됐지만 금강산관광 등 남북 경협사업은 차질없이 진행될 수 있을 것으로 확신한다”며 “앞으로 현대건설 인수에도 주력하고 개성관광과 백두산관광 등도 차질없이 진행해 나가겠다”고 말했다./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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