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노총 대표단 北혁명열사릉 참배 파문
통일부 “우발적이라는 주장 말 안돼”
민노총선 “50명이 아니라 100여명”


민주노총과 한국노총 등 양대 노총 대표단 150명이 혁명열사릉에 도착한 것은 3박 4일의 일정 중 둘째 날인 5월 1일 오전이다.

윤영규 민주노총 수석부위원장과 유재섭 한국노총 수석부위원장 등 대표단은 양각도 호텔에서 아침 식사를 마친 뒤 4대의 버스에 나눠 타고 혁명열사릉으로 이동했다.

혁명열사릉 윗부분에는 김일성 주석 일가 묘역, 아랫부분에는 북한 ‘혁명 1세대’의 묘역이 있다.

버스에서 내린 대표단은 삼삼오오 흩어져 혁명열사릉 이곳저곳을 30여 분 동안 둘러봤다. 사진 촬영도 했다.

그러던 중 대표단의 민주노총 관계자들이 혁명열사릉 내 김일성 일가 묘역에 있는 참배탑으로 향했다.

이들 중 지도부 4명은 북측이 전해준 화환으로 헌화하고 20~30 초 동안 묵념했다. 약 1분 동안 벌어진 일로 우리 정부 관계자들도 당황했다.

통일부 당국자는 “4명이 앞에서 헌화하고 50여 명이 대열을 갖췄다”며 “우발적으로 갔다는 주장은 말이 되지 않는다”고 했다.

그는 “방북 전 통일교육원에서의 교육에서도 ‘(혁명열사릉에) 가면 안 된다. 현장을 지난다고 해도 버스에서 내려서는 안 된다. 참배할 경우 국가보안법 위반 소지가 있다’고 알렸지만 결국 듣지 않았다”고 말했다.


진경호 민주노총 통일위원장은 “통일부에서는 50여 명이 참배했다고 밝혔지만, 당시 윤영규 수석부위원장과 100여 명의 조합원들이 함께 참배했다”며 “북측 안내원이 맨 앞에 있었던 지도부 4명에게 화환을 건네줬고, 이를 받아 단상에 올려뒀던 것으로 기억한다”고 말했다.

진 위원장은 “당시 안내 방송에 따라 20~30초 동안 묵념의 시간이 있었다”며 “고개를 숙인 사람도 있었고 그렇지 않은 사람도 있었다”고 말했다.

앞서 북측은 4월 30일 대표단에 혁명열사릉에서 헌화하고 참배할 것을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노총 관계자는 “당시 북측 관계자가 ‘이전에도 방문한 사람이 많았다.

북측에서도 현충원 참배를 하지 않았느냐’며 대표단에 참배를 요청했다”고 말했다.

당시 민노총 지도부와 조합원은 의견이 갈렸고, 한국노총에선 “사전에 합의된 사항이 아니다”라면서 강력히 이의를 제기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노총 관계자는 “혁명열사릉을 구경하는 것 자체엔 반대하지 않았지만 의도적이건 아니건 자칫 (참배나 헌화 등) 어떤 행동이 벌어질 경우 양대 노총의 내분 등 ‘남-남(南-南) 갈등’을 일으키거나 남북 관계의 진전을 급격히 후퇴시킬 수 있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채성진기자 dudmie@chosun.com
/정철환기자 plomat@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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