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7월 25일 6.25전쟁 휴전 56주년을 맞아 평양 김일성광장에서 미국을 반대하는 대규모 군중집회를 열었다./연합자료사진

김정일 한 달째 ’은둔’ 배경 주목

미사일 발사 이후 북한의 내부 단속이 한층 강화되고 있다.

연일 북침전쟁 위협론을 제기하며 위기를 고조시키고 선군정치 주장 속에 국방력 강화와 주민 희생의 불가피성, 반미의식 고취를 강조하고 있다.

특히 지난달 대규모 수해 발생 이후 관영 언론매체를 총동원, 내부 동요를 막기 위한 체제 결속에 부쩍 집중하는 모습이다.

북한이 내부 단속에 치중하는 것은 주변정세와 무관하지 않아 보인다.

미사일 발사 이후 대북 압박 제재 강화에 따른 내부의 동요나 불만을 사전에 차단하겠다는 의도라는 것이다.

노동신문 등 관영 매체들은 거의 하루도 빠지지 않고 선군정치의 중요성을 설파하며 내부 단결을 강조하고 있다.

군부는 정전협정일(7.27) 김일철 인민무력부장의 보고를 통해 “만단의 전투동원 태세를 갖춰야 한다”고 주민들을 독려했고, 한미 을지포커스렌즈 연습(8.21~9.1)을 앞두고 ’선전포고’, ’전쟁도발’ 등의 표현을 사용하며 긴장도 고조시켰다.

대외용 메시지도 담겨 있지만 내부 체제결속용에 무게가 더 들어간 말들이다.

일반 주민은 물론 당 간부들 사이에도 미사일 발사 이후 불만들이 높아질 가능성이 적지 않다.

군(軍)이 주도한 일련의 강경 조치들로 돌아오는 것은 생활고 뿐이라는 불만이 쌓일 수 있다.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비자금으로 알려진 소위 ’통치자금’이 미국의 금융제재로 묶이면서 당 간부들에게 내려갔던 지원 물자도 대폭 중단됐을 것으로 보인다.

여기에 당이나 군이 관리하던 북한의 무역회사들에 대한 국제적 감시도 강화됐다.

“미사일을 발사했지만 달라진 것이 뭐가 있느냐. 오히려 사태가 더 악화되고 더 궁핍해 진 것 아니냐”는 불만이 내부에서 터져나올 개연성이 충분하다는 얘기다.

자칫 이런 불만은 김 위원장 리더십의 위기를 초래할 수도 있다.

설상가상 지난달에는 큰 홍수마저 발생했다.

생각지 않았던 민심 동요 요인이 더 늘어난 셈이다.

특히 남측의 지원 중단으로 인해 악화될 식량난은 아킬레스건이다.

전문가들은 올 하반기 북한을 관찰할 때 내부의 움직임을 특히 주시해야 할 것이라고 지적한다.

과연 김 위원장이 어떻게 리더십의 위기를 효율적으로 관리하고 내부 단속을 벌일지 지켜봐야 한다는 얘기다.

이런 가운데 김정일 위원장은 미사일 발사 이후 한 달째 ’두문불출’하고 있다.

김 위원장의 동정은 미사일 발사 하루 전인 지난달 4일 평양 대성타이어 공장을 현장지도차 방문했다는 보도 이후 공개 활동이 전혀 보도되지 않고 있다.

이라크전 발발을 전후했던 지난 2003년 50일간의 ’은둔’ 이후 근래 최장 기간 잠수 행보다.

그동안 김 위원장은 위기에 직면할 때마다 수시로 장기간 공개활동을 하지 않았다.

지난해 2.10 핵보유 선언 이후에도 29일간 잠적하기도 했다.

김 위원장의 장기 은둔은 ’건강이상’ 등 개인적 이유보다는 현 정세와 무관치 않을 것이라는 관측이다.

미사일 발사 이후 자신에 대한 만에 하나 위해 가능성에 대비한 은둔 가능성이 우선 제기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외부로 노출되지 않는 것이 오히려 안팎의 궁금증을 불러일으키며 통치력을 높이는 수단이 될 수도 있다고 판단했을 수 있다.

아울러 현 정세를 돌파하기 위한 장고(長考)의 시간을 가지고 있다는 분석도 있다.

고려대 북한학과 남성욱(南成旭) 교수는 “신비감을 고조시켜 관심을 높이는 일종의 신비전략”이라면서 “이럴 때는 베일에 가려 있는 것이 좋다는 전술로 김 위원장은 종종 막후에서 그런 ’그림자 통치’를 해 왔다”고 분석했다./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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