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중순부터 이어진 폭우로 당초 알려진 것보다 심각한 피해를 입은 것으로 보이는 북한이 9월에는 선택의 기로에 서게 될 것으로 예상된다.

통일부 당국자는 “북한 식량 사정을 고려할 때 9월 말이면 바닥이 날 것”이라며 “미사일 발사 이후 남한은 물론 중국의 식량 지원도 못 받고 있기 때문에 바닥 시점이 앞당겨질 가능성마저 있다”고 말했다.

그는 “현재는 북한 지도부가 오기로 버티고 있지만 9월에 들어서면 식량 지원을 받기 위해 6자회담에 복귀하든지, 다시 고난의 행군(북한이 90년대 중반 대홍수 등으로 수백만명의 아사자를 낸 것을 이르는 말)을 하든지 결단을 내려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북한의 홍수 피해는 중부와 동해안 지역이 특히 심각할 것으로 전해졌다. 최근 평양을 방문한 한 소식통은 “평양은 첫 폭우 때 잠시 대동강이 범람한 것 외에는 큰 피해는 없고, 서해안 지역도 큰 피해는 입지 않은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며 “문제는 중부와 동해안 지역인데 자세한 피해 상황을 파악하지 못하고 있지만, 원래 나무가 없는 지역이라 피해가 심각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런 가운데 대북인권단체인 ‘좋은 벗들’은 2일자 소식지에서 “이번 홍수로 북한에서 130~150만명의 수재민이 발생한 것으로 보이고, 현재 등록된 실종자 수가 4000명에 달하는 점을 볼 때 최종 집계 실종자와 사망자는 1만여명이 될 것”이라고 전했다.

이 소식지는 “7월 말부터는 고원, 단천, 원산 등의 노인과 어린이들이 질병으로 매일 여러 명이 죽어가고 있다”며 “의료지원이나 방역대책이 전혀 없어 사망자 수는 더욱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소식지는 “100년 만의 대홍수”라고 전했지만 북한이 1995, 1996년 대홍수 피해에 이어 10년 만의 물난리를 겪고 있는 것은 확실하다고 대북 전문가들은 전했다. 북한은 홍수 피해를 이유로 아리랑 공연과 8·15 행사도 취소했다.

이런 상황인데도 북한은 대한적십자사의 수해복구 지원 제안에 대해 최근 국제적십자연맹(IFRC)을 통해 거부 입장을 피력한 것으로 알려졌다. 주민들이 홍수로 큰 피해를 입고 곧 굶주릴 위험에 처하는데도 ‘체면’운운하며 지원받는 것을 거부하고 있는 것이다.
한편 북한 김정일 국방위원장은 지난 5일 미사일을 발사한 후 한 달 가까이 공식석상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고 있다. 김 위원장은 2003년 2월 이라크전 개전 전후로 50일, 2001년 9·11 테러 직후 26일 동안 모습을 드러내지 않는 등 미국과 긴장이 높아질 때마다 은둔하는 패턴을 보였다.
/ 김민철기자 mckim@chosun.com
저작권자 © 조선일보 동북아연구소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