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문제, 서울이 중심일때만 풀려”
“日 미일동맹집착 외교적 무능으로 이어져”


“북한문제는 서울이 그 중심일 때에만 비로소 풀릴 가능성이 있다. 한국이 군사독재에서 시민 민주주의의 꽃을 피웠듯, 북한도 오직 자국민의 노력과 희생을 통해서, 그리고 한국과 긴밀한 접촉을 통해서만 체제전환을 이룰 수 있다.”

호주 출신의 동북아문제 전문가 개번 맥코맥(Gavan McCormack) 박사는 최근작 ’범죄국가, 북한 그리고 미국’(이카루스미디어)에서 한국을 중심으로 북한의 미ㆍ일 관계 정상화를 통한 ’개방’이 북한문제의 궁극적 해결책임을 강조한다.

반세기 만에 경이적인 경제발전과 정치적 민주주의를 일궈낸 한국 국민과 북한 주민이 근본적으로 ’같은 민족’임을 강조하는 저자는 “북한문제는 원리주의나 무법ㆍ범죄국가 등의 도덕적 관점으로는 이해될 수 없으며, 오직 장기간의 역사라는 렌즈를 통해서만 이해할 수 있다”며 북한을 미국과 일본 정치권의 시각으로 재단하는 것을 경계한다.

“북한의 세계에 대한 메시지는 그것이 아무리 소름끼치고 이상해 보여도, 일말의 도덕적 진실을 내포하고 있다”고도 말한다.

저자가 바라보는 북한의 정치사회적 실제는 흔히 말하는 ’글로벌 스탠더드’와는 크게 동떨어져 있는 것이 사실이지만, 그렇다고 정권교체 시도와 같은 외부간섭은 사태를 개선하는 방법이 아니라, 그 반대가 될 공산이 크다는 것.

개번 박사는 나아가, 통일이 되든 과도기적 연방형태가 되든 한국이 장차 새롭게 떠오르는 동아시아공동체의 ’결정적인 중심’이 될 것이며, 바로 이런 공동체는 점진적으로 스스로의 안보를 책임지며 세계체제 안에서 스스로의 정체성과 역할을 발전시켜 나갈 것이라는 낙관적인 전망도 조심스럽게 내놓는다.

일본에 대해서는 “아시안이냐 비(非)아시안이냐의 정체성을 둘러싼 일본의 정신분열, 그리고 무슨 일이 있어도 미국과의 동맹관계에 집착하려는 태도는 동북아 공동체 건설 과정에 중대한 정치 외교적 역할을 맡을 수 있는 일본 자신의 능력을 막고 있다”고 비판했다.

북한문제와 더불어 일본 현대사의 핵심적인 딜레마를 풀지 못하는 일본의 ’무능력’이 동북아시아의 불안정을 가져오는 심각한 원인이라는 것이다.

원제 ’Target North Korea’. 박성준 옮김. 334쪽. 1만5천원./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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