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세현 "北 수해로 국가 위기상태"
“공개적 도움 요청 경우 체제위기 맞을 수도”
“복구 위한 자재나 물자 보내는 것은 바람직”


“북한은 현재 대놓고 도와달라고 하지는 못하지만 도와준다면 감사히 받겠다는 심정일 것”

민간단체 상설협의체로서 처음으로 북한의 집중호우로 인한 피해에 대해 지원결정을 내린 민족화해협력범국민협의회(민화협) 정세현 대표 상임의장은 2일 오전 긴급 의장단회의를 마친 뒤 개인적인 의견임을 전제로 북한 수재의 심각성과 인도적 지원의 필요성을 역설했다.

정 의장은 “남쪽에도 수재가 굉장히 큰 규모로 났지만 우리는 자재나 장비가 충분해 복구할 수 있으나 북한은 자재나 장비가 모두 부족해 그대로 놔두면 복구에 시간이 많이 걸리고 올해 농사도 어려워 질 것”이라며 “그렇게 되면 그 영향은 남한에 그대로 미칠 수 밖에 없다”면서 인도적 지원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정 의장은 북한의 수재 규모에 대해서는 “피해규모가 너무 커서 북한이 공개적으로 밝히기 어려울 것으로 본다”며 “거의 국가 위기상태로 봐야 하고 북한 당국으로서는 주민들에게 그대로 고백하기가 어려울 정도일 것”이라고 진단했다.

이어 “현재 북한은 불감청 고소원(不敢請 固所願: 마음속으로는 간절히 바라지만 감히 청하지는 못함) 심정일 것이며 공개적으로 도움을 요청할 경우는 내부적으로 체제위기를 맞을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또 “더욱이 미사일과 핵문제 때문에 남북관계가 경색국면으로 접어들어 남북한 대화채널마저 가동이 안되고 있다”면서 “민간 차원에서 대북지원에 나섬으로써 남북관계 복원을 위한 동력을 마련해야 한다”고 힘줘 말했다.

통일부 장관을 지낸 정 의장은 “장관급 회담을 해본 사람으로서 정부 입장을 이해한다”면서도 “그러나 한발 더 나가보면 수재도 있고 하니깐 정부 차원에서도 인도적 지원 재개가 바람직하고 바뀐 상황 등을 고려해 (지원 중단을) 재검토할 필요가 있지 않나 하는 생각”이라고 말했다.

그는 “정부로서는 고민스럽겠지만 북한의 수재에 관심을 안 쓰면 정부를 비롯한 남쪽 전체가 외면할 수 없는 더 큰 부담이 될 수 있다”면서 “정부는 앞으로의 남북관계나 동북아 국제정치 전개방향을 내다보고 앞서가는 부분도 있어야 하고 여론 눈치만 보고 그대로 안주할 수만은 없는 것이며 국민을 이해시키면서 상황을 개선해나가야 한다”고 조언하기도 했다.

정 의장은 “민간단체들이 인도적 차원 지원에 나서고 정부도 동참하면서 남북대화 복원의 동력을 스스로 갖춰 나가야 한다”면서 “정부가 쌀·비료 제공 재개는 무리가 있겠지만 수재 복구를 위한 자재나 물자를 보내는 것은 바람직할 것”이라고 구체적인 방안을 제시하기도 했다.

정 의장은 북한 적십자가 남측 지원제의를 거절했다는 소식에 대해서도 “북측이 완전히 제의를 거절했다고 보기는 힘들다”면서 “북측이 적십자 사업을 다 끊어놓고 남측의 인도적 대북지원을 막바로 받겠다고 나올 수 있는 염치가 없는 상황일 것”이라고 견해를 피력했다./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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