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사일사태에 수해 겹쳐 남북대화 ’올스톱’ 우려
9월 한미 정상회담 ’주목’


집중호우에 따른 피해로 북한이 8.15 통일대축전을 취소하기로 하면서 북한의 미사일 발사로 조성된 남북 간 긴장 국면이 장기화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당초 오는 14∼16일 평양에서 열릴 예정이던 8.15 통일대축전은 당국과 민간 부문을 통틀어 현재 남북 간에 예정된 유일한 대규모 행사였기 때문이다.

물론 8.15 통일대축전이 예정대로 열렸다 해도 남북 당국 간 대화의 성사 여부는 불투명한 상황이었다.

우리 정부의 쌀과 비료 지원 유보에 북측이 이산가족 상봉 중단 선언으로 대응하면서 감정의 골이 깊어져 북측 당국이 우리 정부를 초청할 지, 또 초청한다 해도 우리 정부가 응할 지는 불분명했다.

또 설사 성사됐다 해도 미사일 사태에 대한 근본적인 해법을 끌어낼 여지는 희박했고 오히려 방북을 놓고 남측 내부에서 소모적인 논란만 일었을 가능성이 적지 않다.

하지만 당국 간 만남이 이뤄지지 않더라도 민간 교류를 통해 남북 간 기본적인 신뢰를 확인하고 교류의 끈을 이어갈 수 있었다는 측면에서 8.15 축전 취소는 남북관계에 부정적으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더욱이 한반도를 휘어감은 냉각 기류를 걷어낼 특별한 반전의 계기가 당분간은 없는 상태다.

오히려 8월 말부터 시작할 예정인 한미 합동군사훈련인 을지포커스렌즈에 대해 북측이 벌써부터 극히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어 남북 간 대립의 골이 더욱 깊어질 공산이 더 크다.

각종 대북 지원단체를 중심으로 북한의 수해 피해를 돕자는 목소리가 점점 커지고 있지만 설사 지원이 이뤄진다 해도 남북 간 대립의 근본 원인인 미사일 사태를 해결하는 데는 별다른 영향을 미치지 못해 지금의 긴장 국면이 상당 기간 지속될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대체적인 관측이다.

정부도 당분간은 상황 관리에 주력한 채 냉각기를 갖는 것이 오히려 사태 해결에 도움이 될 수도 있다는 생각을 일부 가지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서둘러서 될 일이 아니라는 것이다.

북한도 미사일 발사에 따른 득실을 냉정하게 따져볼 시간이 필요하고 어느 정도 지금의 압박국면이 누그러져야 북한의 태도에도 변화가 생길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한 가지 변수는 있다. 우리 정부의 쌀 지원 유보에 수해까지 겹치면서 북한의 식량 사정이 극도로 악화될 가능성이 있으며 이것이 대화에 빨리 나서게 하는 계기로 작용하지 않겠느냐는 것이다.

하지만 북한의 강경한 태도로 비춰볼 때 가능성은 그리 크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미사일 발사를 둘러싼 긴장 국면은 오는 9월 중순 워싱턴에서 열리는 한미 정상회담이 분수령이 될 수 있다는 관측이 최근 정부 안팎에서 설득력있게 흘러나오고 있다.

노무현(盧武鉉) 대통령이 부시 미 대통령에게 북한 핵 및 미사일 발사 문제 해결을 위한 특단의 제안을 하지 않겠느냐는 추측이다.

미국에 양자 대화에 나설 것을 촉구하거나 대북 특사를 파견하는 방안 등이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오가고 있다.

그렇지만 11월 중간 선거를 앞둔 부시 행정부가 대북 강경 방침을 고수할 가능성이 커 한미 정상회담에서 특별한 계기가 마련될 지는 여전히 불투명하다.

만약 한미 정상회담에서도 미사일 사태에 대한 실마리가 도출되지 않는다면 북한도 9월 중순 이후에는 추수로 식량난이 어느 정도 해소되기 때문에 북한 미사일 문제는 본격적인 장기전으로 들어갈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고 남북관계도 이와 맞물려 상당기간 돌파구를 찾지 못할 수도 있다./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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