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봉쇄보다 대화해야 북한 변화”

김대중(金大中.DJ) 전 대통령은 1일 북한 미사일 발사문제로 연기된 자신의 방북 문제와 관련, “일방적으로 가겠다고 해서 (북한에) 가게 되면 사람만 이상하게 되는 것 아니냐”고 말했다.

김 전 대통령은 이날 한화갑(韓和甲) 대표, 7.26 재·보선 성북을 당선자인 조순형(趙舜衡) 상임고문 등 민주당 지도부의 예방을 받은 자리에서 “저쪽(북한)에서 내 이야기를 들어보고 싶다고 해야 갈 수 있는 것 아니냐”며 이같이 밝혔다고 이상열(李相烈) 민주당 대변인이 전했다.

김 전 대통령이 지난 6월 방북 무산 이후 구체적 심경을 밝힌 것은 이번이 처음으로, 현 미사일 위기하에서는 자신의 방북이 상당기간 어려울 것임을 시사한 것으로 해석돼 주목된다.

특히 김 전 대통령은 북한의 강경 외교 노선에 대해 “북한 자체를 모르겠다. 무슨 생각을 하는지 모르겠다”며 “북한의 행위에 대해 손뼉치고 좋아할 사람은 미국과 일본의 강경세력 밖에 없는데 북한이 손해볼 짓을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그러나 미국에 대해서도 “미국이 북한을 다루는 데 조금 지혜롭지 못한 점이 있다”며 “봉쇄를 통해 북한을 이끌어 내고자 하는 미국의 전략은 잘못됐고 미국은 북한과 대화를 해야 북한이 변화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김 전 대통령은 한미관계에 대해선 “우리가 해 준 만큼 대접받는 관계가 유지돼야 한다”고 지적한 뒤 “이라크 파병과 미2사단 후방 배치 등 결국 줄 것은 다줬다”며 “(정부는) 소소한 것을 가지고 트집을 잡는 미국을 설득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김 전 대통령은 조 상임고문의 7.26 재·보궐선거 당선을 축하한 뒤 “당, 선친(조병옥 박사), 본인에 대한 평가가 겹쳤다”며 “계속 선거가 있을테니 잘 해나가기 바란다”고 덕담을 건넸다.

그는 이어 “민주당이 정치, 외교적으로 적극적인 역할을 해야 하고 50년 전통을 살려야 한다”며 “(민주당의) 전통은 독재반대, 민주화 투쟁, 관치경제가 아닌 시장경제 옹호, 북진통일이 아닌 평화통일 지지와 사회복지 확충”이라고 말했다.

이에 조 고문은 “거당적인 지원이 있었기 때문에 당선됐다”며 자신이 직접 서점에서 구입한 헨리 키신저 전 미국 국무장관의 저서를 선물했다./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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