겹폭우에 ’피해 눈덩이’…평양도 ’물폭탄’
“기반시설 상당수 붕괴 이동 어려운 ‘준전시 상태’”


북한이 폭우 피해를 들어 남한과 해외의 동포까지 초청해 벌이는 대규모 행사를 잇따라 취소, 북한이 입은 수해의 심각성에 대해 관심이 쏠리고 있다.

북한은 피해 규모를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고 있지만 최근 취한 조치들로 미뤄볼 때 대규모 인명 피해와 더불어 농업생산에서의 심대한 차질과 교통 기반시설 마비 등이 겹친 최악의 사태를 맞고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북한은 또 수해복구에 여념이 없어 대규모 행사를 치를 동력이 부족한데다 인력이나 장비 등의 이동 자체가 어려운 상황에 빠져 ’취소 결정’을 내린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대규모 인명피해·최악의 식량난 예상 = 북한에서는 지난달 15∼16일 평안남도 신양군과 양덕군에는 18시간 동안 무려 448㎜의 폭우가 쏟아져 마치 ’물을 양동이로 퍼붓는 것 같았다’고 조선신보가 평양발 기사에서 전했다.

양덕군에서만 1만명이 넘는 수재민이 발생했을 뿐 아니라 1만여 정보(1정보는 3천평)의 농경지가 침수됐고 20여㎞의 하천제방과 130㎞의 도로, 30여개의 다리가 파괴됐으며 신양군에서는 수 천㎡에 달하는 공공 및 생산건물이 파괴됐다.

최대 곡물생산지인 황해북도에서는 신평·연산·곡산군 등 8개 시·군에 많은 비가 내려 농경지 6천900여 정보가 침수됐고 1천200여 정보가 매몰됐으며 각종 건물과 시설물 뿐 아니라 소와 염소 등 많은 가축도 급류에 떠내려 갔다.

강원도 김화군 425㎜, 금강군 340㎜, 창도군 320㎜의 폭우로 1만정보의 농경지가 침수됐고 철원군 죽대저수지를 비롯해 8개 저수지가 파괴됐으며 974개소 40여㎞의 수로가 파손됐다.

이런 1차 ’물 폭탄’에 이어 지난달 30일에는 2차 폭우가 쏟아졌다.

북한 조선중앙TV는 “30일 오전 6시부터 오후 6시까지 평안북도 태천 196㎜, 구성 137㎜, 향산 102㎜, 평안남도 덕천 103㎜, 성천 101㎜의 비가 내리는 등 평안남북도 일원에 많은 비가 쏟아졌다”고 밝혔다.

1차 폭우 이후 북한 조선중앙통신이 수백명의 사망.실종자가 발생했다고 밝힌 데 이어 대북 인권단체인 ’좋은 벗들’은 사망·실종자가 3천여 명에 이른다며 2차 폭우 이후에는 피해가 더욱 늘었을 것으로 추정하기도 했다.

특히 북한 최대 곡창지대인 황해도를 비롯해 농업지역이 큰 타격을 입어 올해 곡식 생산에 차질을 빚어 가뜩이나 어려운 식량사정을 더욱 악화시킬 것으로 예상된다.

◆평양 ’직격탄’.기반시설 마비에 행사취소 = 북한의 폭우 피해가 전국적인 가운데 ’혁명의 수도’로 각종 대규모 행사가 예정됐던 평양도 ’직격탄’을 맞은 것으로 알려졌다.

평양방송은 지난달 24일 평양시의 피해를 전하면서 “수많은 양수장이 물에 잠겼고 물길(수로), 강·하천 둑, 관개구조물, 생산용 건물과 전력공급망이 파괴됐다”고 소개했다.

교통망이 열악한 상황에서 각 지방과의 유일한 통로일 뿐 아니라 평양시내에서의 주요 교통시설인 철로 피해가 평양시의 ’정상 가동’을 어렵게 만든 것으로 보인다.

게다가 조선신보는 지난달 28일 “예년에 없는 강한 폭우로 대동강변의 릉라도와 연결된 반월도 지구가 물에 잠기는 사태가 발생했다”며 대동강의 범람 사실을 전하기도 했다.

릉라도는 해마다 열리는 집단체조 ’아리랑’의 공연장인 5.1경기장이 위치한 곳이어서 공연 차질이 예상됐고, 지난달 30일 북한은 아리랑 공연 취소를 결정했다고 남측에 통보했다.

또한 평양이 심한 타격을 받은 상황에서 주변 지역을 연결하는 도로와 철도 등 교통망도 망가져 수만 군중을 동원하고 해외 방문객을 맞아야 하는 아리랑 공연과 8.15축전을 정상적으로 치르지 못할 것으로 판단한 것으로 대북 전문가들은 진단했다.

한 지원단체 간부는 “북한은 현재 폭우 피해로 인명은 물론 농경지 유실과 더불어 기반시설 상당수가 붕괴돼 이동 자체가 어려운 준전시 상태”라면서 “대규모 행사 개최는 기술적으로도 어려울 뿐 만 아니라 복구에도 엄두를 내기 힘들 정도인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수해 이후 복구 장비도 태부족한 상황이어서 대부분 인력으로 복구에 나서고 있어 정상회복까지 걸리는 시간이 길어지고 주민들이 겪는 고통도 그만큼 심각해질 것”이라고 덧붙였다./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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