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한 美공군 사격장없어 해외 훈련

주한 미 공군이 공대지(空對地) 사격훈련장 부족으로 해외훈련을 하고 있는 상황은 앞으로 주한미군 문제에 적지 않은 영향을 끼칠 전망이다.

럼즈펠드 미 국방장관은 이미 지난해 한·미 연례안보협의회에서 “매향리사격장 폐쇄 이후 주한 미 공군의 훈련 부족으로 기량과 사기 저하가 우려된다”며 “사격훈련 여건이 보장되지 않으면 공군 전력을 다른 지역으로 옮길 수 있다”고 한국측에 밝혔다.

버웰 주한미군 사령관도 지난 13일 “빠른 시일 내 해결되지 않는다면 ‘대응조치’를 취할 수밖에 없다”고 ‘최후통첩성’ 경고를 했다. 최근 열린 제9차 한미안보정책구상(SPI)회의에서도 미국측은 이 문제에 대한 불만을 집중 거론했다.

정부 관계자들은 이 문제가 폭발성 있는 사안이라는 점을 부인하지 않고 있다. 그러면서도 “주한 미 공군 사격장 문제는 지방자치단체가 동의해줘야 할 문제”라고 말한다. 현재 주한 미 공군의 대체 사격장 후보지로는 전북 군산 앞 바다의 직도가 거론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은 그러나 이를 인정하지 않고 있다. 미국측의 한 관계자는 “한국이 지방자치단체를 설득하려는 의지가 있는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미국은 이 문제가 해결되지 않을 경우의 조치에 대해서는 아직 구체적인 언급을 삼가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해결되지 않으면 심각한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는 정도의 발언을 하는 정도라고 한다.

우리 군 관계자들도 이 사안이 가까운 시일 내 해결되지 않을 경우 주한 미 공군전력이 실제로 한반도를 빠져나가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군의 한 고위 소식통은 “미군들이 매우 심각하게 이 문제를 받아들이고 있다”며 “지방자치단체가 반대한다 하더라도 중앙 정부가 대국적인 차원에서 이 문제를 다룰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군사 전문가들은 주한 미 공군전력이 타 지역으로 이동할 경우 이로 인한 공군의 전력공백을 우려하고 있다. 7공군의 총 병력은 약 1만명으로 F-16C/D 블록 30형 1개 대대 및 40형 2개 대대(총 70여대), A/OA-10 대지(對地) 공격 및 전선 통제기 1개 대대(20여대) 등을 보유하고 있다.

이와 관련, 서울의 한 외교소식통은 “군사 전문가인 리처드 핼로란이 ‘2008년 이후 주한미군의 완전 철수를 검토하고 있다’고 분석한 것을 가볍게 보지 말라”며 “최근 상황이 악화되면 철수 주장에 영향을 주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유용원 군사전문기자 bemil@chosun.com
이하원기자 may2@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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