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과 인내심 있는 협상을 강조, 부시 행정부의 강경파로부터 ‘김정힐(김정일과 힐의 합성어)’이라는 별칭까지 얻었던 크리스토퍼 힐 미 국무부 차관보가 최근 달라진 모습을 보였다.

힐 차관보는 31일 마닐라에서 미국은 북한이 달러화를 위조하고, 핵무기와 미사일 제조를 위한 자금과 기술을 획득하지 못하도록 고삐를 조여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30일에는 “북한은 고립되기를 원한다면 기꺼이 고립되도록 할 것”이라고 말했다. 전에 없이 강경한 발언이다.

이에 앞서 힐 차관보는 아세안안보포럼(ARF) 직전 “북한은 이런 더러운 불법행동, 특히 미 달러화 위조를 그만둬야 한다”고 말하기도 했다. 또 북한이 지난달 5일 미사일을 무더기 발사한 후에는 “우리에겐 비둘기파가 없다. 현실주의자들이 있을 뿐이다”라고 말했다. 일각에서 자신을 협상파로 부르는 데 대한 반박이었다.

힐 차관보는 지난해 9·19 공동성명에 ‘북한에 경수로 제공 논의’ 문구를 포함시킨 후, 부시 행정부의 강경파들로부터 거센 비난을 받았다. 한 외교소식통은 “힐 차관보가 부시 행정부의 강경노선을 그대로 대변하면서, 한국 정부의 입지가 더욱 어렵게 될 것 같다”고 말했다./이하원기자 may2@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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