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할청 따로 만들고 세계자연유산 등재 나서


중국의 백두산(중국명 창바이산) 개발이 심상찮다. 관할 행정기관을 따로 설립하는 데서 나아가, 유네스코에 세계자연유산과 세계지질공원으로 등재하는 것을 추진 중이라고 홍콩의 친중국계 신문인 문회보(文匯報)가 29일 보도했다.

이 때문에 고구려·발해사를 자기 역사로 만들려는 ‘동북공정’과 마찬가지로 중국 정부가 ‘백두산 공정’을 진행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쏟아지는 백두산 프로젝트

중국은 백두산을 국가지질공원으로 이미 등록한 상태이다. 세계지질공원은 지질학적 희소성을 갖추고, 자연경관이 수려하며 지질유적이 잘 분포돼 있는 곳에 대해 유네스코가 전문가위원회를 통해 지정한다. 중국에는 이미 8곳이 세계지질공원으로 등재돼 있다.

백두산을 세계자연유산으로 등재하는 작업은 세계지질공원보다 더 많이 진전된 상태이다. 지린(吉林)성 산하 창바이산 보호개발관리위원회 리잔원(李占文) 주임은 지난 22일 중국 인터넷 매체 취재단을 만나 “창바이산을 2008년까지 세계자연유산으로 등재한다는 목표로 내년 2월 이전에 유네스코에 등재 신청서를 제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백두산 공항은 이미 건설 중에 있다. 지난 10일 국가발전개혁위원회와 민항총국 등 중앙부처 관계자들까지 대거 참석한 가운데 백두산 정상에서 직선으로 10.6㎞ 떨어진 푸쑹(撫松)현에서 ‘창바이산공항’ 착공식이 열렸다. 백두산까지 이어지는 3개의 고속도로도 연내 착공될 예정이고, 백두산 순환도로 건설도 계획 중에 있다.

◆왜 백두산 개발인가

표면적인 이유는 백두산 자연문화를 종합적으로 보호·관리하고, 관광산업을 발전시킨다는 것이다. 왕민(王珉) 지린성장도 “창바이산의 보호·개발·이용은 지린성 경제사회 발전에 매우 중요한 의미를 갖고 있다”고 강조했다.

백두산의 절반 가량이 중국 영토에 포함돼 있기 때문에 중국 영토 내의 개발사업을 문제 삼기 곤란하다는 지적도 있다. 그러나 한국의 비판 여론을 의식하지 않고 이 사업을 강행하는 것은 국제사회에 백두산의 소유권이 중국에 있음을 인식시키려는 시도로 볼 수 있다는 것이다.

중국은 지난해 8월 지린(吉林)성 직속으로 ‘창바이산 보호개발관리위원회(이하 창바이산관리위)’를 설립하고, 그 전까지 옌볜(延邊)조선족자치구 산하 4개 관광개발구가 맡고 있던 백두산 개발·관리 업무를 이관시켰다.

당시 옌볜지역 조선족들은 “조선족들의 손에서 백두산 관할권을 빼앗아가는 것은 민족의 상징을 빼앗는 것”이라며 크게 반발했으나, 관할권 이관을 막지는 못했다./베이징=조중식 특파원 jscho@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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