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희상 前청와대국방보좌관 인터뷰
韓美동맹 균열 겉으로 드러나고 있다”
작전통제권 환수추진 실익없고 위험만 커 대통령앞서 강력반대
한미연합사 해체땐 군사지원 받기어려워 자유통일도 쉽지 않아



◇ 김희상(金熙相) 전 청와대 국방보좌관은 2003년2월부터 2004년1월까지 노무현 정부 초대 국방보좌관으로 있으면서 이라크 파병, 주한미군 감축, 전시 작전통제권 환수 등 한미 군사안보 현안을 다루는 핵심 역할을 했다.


한미동맹을 중시하는 소신을 갖고 ‘자주파’와 자주 충돌해 ‘동맹파’로 불렸다. 예비역 육군중장(육사24기)으로 군내에서 손꼽히는 전략가이며 수도기계화사단장, 육군본부 인사참모부장, 국방대학교 총장, 비상기획위원장을 지냈다.

노무현 정부 초대 외교통상부 장관을 지낸 윤영관(尹永寬) 서울대 교수가 최근 한·미동맹 해체에 대한 우려를 표명한 데 이어 초대 국방보좌관을 지낸 김희상(金熙相)씨가 30일 본지(本紙)와의 인터뷰에서 현 한·미동맹 균열상에 대한 우려와 전시(戰時) 작전통제권(작통권)의 한국군 환수 프로그램이 갖고 있는 안보상 위험성을 강조했다.

그는 “(우리 정부가) 북핵 및 미사일문제와 북한 인권, 마약 등 북한 범죄에 대해 미국과 정책적 갈등을 빚고 있는 것은 불필요한 일”이라고 지적하기도 했다. 다음은 일문일답.

―최근 한·미동맹이 악화됐다는 얘기도 나오고 있는데 한·미동맹 변화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가?

“한·미 양국 정부가 공식적으로 안 좋다는 얘기를 한 적은 없다. 그러나 이는 외교적 언사로만 나타나는 것이 아니다. 워싱턴 정계, 외교가, 싱크탱크뿐 아니라 이제는 미군들 사이에서도 한·미관계에 대해 비관적인 얘기가 나온다.

캠벨 전 주한 미 8군사령관이 전직 한국 국방부 고위 관계자를 만났을 때 ‘한·미동맹은 남들 체면 때문에 이혼하지 못하는 관계’라고 했다고 한다.

DJ정부 때 한 주한미군 소장은 햇볕정책에 대해 “‘선샤인(Sunshine)’정책이 아니라 (김정일 위원장 구두나 닦아주는) ‘슈샤인(Shoeshine)’ 정책”이라고 노골적으로 비하했다고 한다.

과거엔 내부적으로 끓고 있던 것이 이제는 표면화, 한·미관계에 균열과 동요가 있다는 생각이다.”

―현 정부의 전시 작전통제권 환수 추진에 대해 어떻게 평가하나.

“작전통제권 문제에 대해선 2003년 6~7월쯤 청와대에서 격론이 벌어진 적이 있다. 당시 노 대통령이 지켜보는 가운데 환수 추진론자들과 논쟁이 붙어 책상을 치며 싸웠다.

국방부 관계자도 몇 명 있었는데 곰곰이 생각해보니 대통령 앞에서 책상을 친 것이 예의가 아닌 것 같아 사표를 써 비서실장에게 제출했으나 며칠 뒤 반려됐다. 당시 국방부도 작통권 환수 추진 공론화에 대해 ‘곤란하다’는 입장이었다.”

―합동참모본부에서는 지난해 말 2012년쯤 작통권 환수가 가능하다고 대통령에게 보고했는데….

“당시(2003년)엔 2012년 얘기는 전혀 나오지 않았다. 국방부도 조기 환수나 환수 공론화에 부정적인 입장이었다.”

―작통권 환수에 대해 한국측은 2012년을, 미국측은 2009년을 목표 시한으로 두고 있어 이견을 보이는 것으로 알려졌다.

“미측이 진심인지 의심스러운 면이 있다. 한국측이 2012년까지 하겠다고 하니까 2009년으로 앞당기자고 감정적으로 대응하는 측면이 있지 않을까 한다.

버웰 벨 주한미군사령관이 공개 석상에서 한국군의 능력 등에 대해 세 가지 질문을 한 것도 한국측이 과연 준비가 돼 있느냐 하는 것이다.”

―전시 작통권 환수가 한반도 안보에 어떤 영향을 끼친다고 보는가.

“작통권 환수 추진은 실익이 없고 한국 안보체제의 기축을 뒤흔드는 것이다. 통합·신속·효율성이 세계에서 가장 높은 지휘기구인 한미연합사가 대북(對北) 억지력 면에서 갖는 상징성은 너무 크다.

작통권 환수 뒤 연합사가 해체되면 한·미동맹의 상징성이 파괴되고 북한의 오판과 한반도의 불안정을 초래할 우려가 있다. 이는 전략적 실수다.

연합사 해체시 가장 큰 문제는 자유민주 통일이 어려울 수도 있다는 점이다. 통일 과정에서 미 증원군 등 정치·군사적 지원 통로가 연합사이기 때문이다.

작통권 환수 및 연합사 해체시 주한 미 지상군 등의 추가 감축이 이뤄지고 주한미군사령관도 4성(星) 장군에서 3성 장군으로 낮아질 것이다.

미 지상군이 줄더라도 해·공군 지원이 이뤄지면 문제가 없다고 하는 시각도 있지만 현실적으로 지상군이 없으면 해·공군 지원도 어렵다는 점에 유의해야 한다.”

―한·미동맹 균열 원인과 처방은?

“균열의 원인은 우선 북한에 대한 인식에 한·미 간 차이가 너무 크다는 것이다. 9·11 이후 미국의 인식이 크게 바뀌었는데 이에 대한 우리 인식이 부족하다. 맥아더 동상 철거 시도 등 양국민의 정서도 어렵게 한다.

잘못된 국민 교육과 현실 인식도 균열의 원인이다. (정부나 일부 단체가) 올바른 교육을 포기하고 잘못된 방향으로 유도하는 듯한 데 대해 미국은 섭섭해 하는 것 같다.”
/유용원 군사전문기자 bemil@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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