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천400만 달러 vs 10억 달러’

북한이 6자회담 복귀조건으로 풀어달라고 요구중인 방코델타아시아(BDA) 계좌의 자금이 2400만 달러인 반면 미사일 발사로 손에 넣을 수 없게 된 경제적 과실이 10억 달러가 넘는 것으로 파악돼 향후 북한의 선택이 주목된다.

30일 통일부에 따르면 정부가 지난 5일 북한의 미사일 발사에 따라 북측의 요청에도 불구하고 제공 문제 논의를 유보한 쌀 차관은 50만 t이며 비료는 10만 t이다.

아울러 우리측은 지난 11∼13일 제19차 남북장관급회담에서 북측이 신발과 의류, 비누 등 대북 경공업 원자재 제공을 요구했지만 응하지 않았다.

이 같은 북측의 요구사항을 금액으로 환산하면 10억 달러가 넘는 것으로 추산된다.

작년처럼 국내산 40만 t과 해외산 10만 t의 쌀을 준다면 시장 가치로 수송비를 포함해 9억 달러 안팎이 되고 비료 10만 t은 4천만 달러 어치에 달한다.

실제 지난 해 제공된 쌀 50만 t의 시장가치는 수송비를 포함해 8천900억원 가량이고 비료는 t당 가격이 400 달러 정도다. 다만 쌀 차관의 경우 국내산 쌀값이 국제가격의 6배 정도인 만큼 국내산과 수입산의 비율에 따라 가치가 달라질 수 있다.

또 올해 우리 정부가 열차시험운행을 전제조건으로 북측에 주기로 합의한 경공업 원자재 규모는 8천만 달러 어치에 이른다.

이밖에도 남북 사이에 지난 해 합의한 수산.농업 협력을 위해 우리 정부가 올 남북협력기금에 반영해 놓은 것도 수백억원 규모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 역시 구체적인 시행방안에 대한 추가 협의를 하지 못하면서 ‘올스톱’된 상태다.

또 아직 눈에 보이지 않는 ‘손해’가 발생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남북관계 경색으로 대북 여론이 악화되면서 내년도 대북사업에 쓰일 남북협력기금 규모가 예산심의 과정에서 삭감될 수 있다는 예상이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북한이 지난 5일 발사한 미사일 7기 중 1기는 대포동2호로, 1기 발사비용이 250억원으로 추정된다. 미사일 발사가 금융제재를 향한 무력 시위였다면 BDA에 동결된 2천400만 달러 때문에 그와 비슷한 금액을 미사일 한발로 날려버린 셈이다.

하지만 미사일이 날아오르는 동시에 10억 달러도 멀어지게 됐다.

‘금융제재 없이 6자회담 복귀도 없다’는 북한의 태도는 28일 폐막한 아세안지역안보포럼(ARF) 때도 유지됐다. 지난 4월 동북아시아협력대화(NEACD) 때 김계관 북한 외무성 부상이 “방코델타아시아의 동결자금을 손에 쥐는 순간 회담장에 나갈 것”이라고 밝힌 입장 그대로인 것이다.

이 때문에 북한 수뇌부의 통치자금으로 여겨지는 BDA 자금 2천400만 달러가 아무리 중요하더라도 그 40배가 넘는 10억 달러를 스스로 밀쳐내는 북한의 계산법이 주목받을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하지만 쌀 차관과 비료 제공은 미사일 문제의 출구가 보이면 가능하고 경공업 원자재는 경의선.동해선 열차시험운행이 이뤄지면 보내겠다는 게 우리 정부 입장인 만큼 6자회담 복귀를 둘러싼 북한의 선택이 주목된다./서울=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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