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대중(김대중) 대통령과 함께 평양에 들어갈 24명의 특별수행원 역할은 뭘까.

이들은 정당, 사회단체, 경제단체, 재계, 여성계 등을 대표해 선발된 만큼 어떤 ‘특별임무’를 띤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현재까지 확인된 일정에는 이들에게 별도의 개인행동을 할 수 있는 시간이 주어져 있지 않다. 그렇다면 이들은 방북 대표단의 모양새만 갖춰주는 것일까.

정부의 한 당국자는 “특별수행원들이 ‘특별한’ 역할을 할 수 있느냐 없느냐는 것은 역설적이지만 북한 측에 달려있다”고 말했다. 북한 측이 우리 측 특별수행원들을 각각 그쪽 어떤 사람들과 만나게 해주느냐가 관건이라는 것이다.

그 기회는 안내원과 만찬이다. 북한은 우리 측 대표단에 1대1로 안내원을 붙인다. 북한 측이 정상회담과 별도로 정당·사회단체 교류 문제 등을 협의하려 한다면 우리 측 정당·사회단체 대표의 지위에 맞춰 북한 측 안내원을 선정하면 된다는 것. 만찬장도 남북의 관계자들이 각계 교류를 논의하기에는 더없이 좋은 자리다.

예를 들어 북한 축구협회 관계자가 우리 측 정몽준(정몽준) 축구협회장을 안내한다면 2002년 월드컵 분산 개최 문제를 타진해 볼 수 있을 것이다. 민주당 이해찬(이해찬) 의원 같은 경우에는 여당 당직자로서 남북국회회담 재개 문제를, 차범석(차범석) 예술원 회장은 남북 예술교류, 문정인(문정인) 연세대 통일연구원장은 학술교류 문제 등을 논의할 수 있을 것이다. 대한적십자사 박기륜(박기륜) 사무총장이 북한적십자회 허해룡 서기장과 대화할 기회를 갖는다면 이산가족 교류, 비료지원 등이 화제에 오를 것이다. 또 우리 측의 정몽헌(정몽헌) 현대아산 이사, 윤종용(윤종용) 삼성 부회장, 구본무(구본무) LG 회장, 손길승(손길승) SK 회장 등 기업인이 북한 측 정운업 민족경제협력연합위원장과 만나게 되면 남북경제협력방안이 논의될지 모른다.

만일 북한 측이 안내원 배정이나 만찬장 좌석 배치를 우리 측 기대와 달리 한다면 일단 북한이 남북한간 교류 논의에 유보적이거나 부정적인 것으로 해석할 수도 있겠지만, 한 고위당국자는 “현재까지 그런 부정적 조짐은 없다”고 말했다.

/최병묵기자 bmchoi@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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