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미사일 발사 강행, 금강산 이산가족 상봉 중단 등으로 남북 관계가 경색 국면에 들어선 가운데 29일 금강산에서 열리기로 한 ’8.15민족문학인협회 결성식’이 하루를 앞두고 돌연 연기돼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6.15민족문학인협회 결성을 위한 남측 조직위원회’(이하 남측 조직위)는 28일 “어제 오후 11시께 북측이 결성식을 부득이하게 연기한다는 내용의 공문을 팩스로 보내왔다”고 밝혔다.

그러나 공문에는 연기 배경을 전혀 밝히지 않아 그 배경을 두고 여러 가지 관측이 흘러나오고 있다.

북측은 이달 23일 ’협회 결성식에 참가할 남측 참가자들을 28일부터 금강산에 초청하고 참가자들을 동포애의 정으로 맞이하겠다’는 내용을 담은 공문을 보내왔었다.

일단 남측 조직위는 북측이 최근 폭우 피해로 인해 결성식을 연기했을 것으로 추측하고 있다.

남측 조직위 관계자는 “최근 북한에서 비 피해가 상당해 통행증 발급이 중단된 것으로 알고 있다”며 “이에 따라 결성식에 참가하려는 북측 문인들이 금강산으로 올 수 없게 돼 연기를 통보한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이번 장맛비로 북한은 남한과 비슷한 강우량을 기록했으나 피해 정도는 남한을 훨씬 웃도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국제적십자연맹(IFRC)에 따르면 25일 현재 평안남도, 황해북도, 강원도, 함경남도 지역에서 121명이 사망하고 127명이 실종됐으며 1만2585가구 이재민(약 6만명)이 발생했다.

또 전국적으로 도로유실도 심각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남측 조직위 관계자는 “어제 낮까지도 행사관련 문건과 28일 선발대에 관한 의견을 교환했다”며 “북측이 ’대긴급’으로 보낸 팩스에 ’부득이하게 연기한다’고 한 점으로 미뤄 이번 연기가 ’중단’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결성식 중단이 최근 북한의 미사일 발사, 이산가족 상봉 중단 등의 잇단 악재에 따른 남북 경색관계를 그대로 반영한 것 아니냐는 추측도 나오고 있다.

북한의 미사일 발사 사태 이후 남북관계는 빠르게 경색 국면에 들어서고 있다.

이달 초 열린 제19차 남북장관급회담은 우리 측의 ’북한의 미사일 발사에 대한 강한 유감 표명’과 북한의 ’인도적 대북 쌀·비료 지원 요구’가 팽팽히 맞서면서 사실상 결렬됐다.

또 우리 정부가 미사일 발사 이후 쌀과 비료 등 대북지원을 유보하기로 한 데에 북한은 8.15특별 화상상봉 취소, 금강산 이산가족면회소 건설공사 중단 등을 통보했다.

더구나 결성식 이틀 전인 27일에는 북한을 제외한 북핵 6자회담 참가국과 아세안지역안보포럼(ARF) 주최국인 말레이시아, 그리고 캐나다와 호주 등의 ’8자회동’ 소식이 발표되면서 더욱 남북 관계를 어색하게 만들고 있다.

이와 관련해 김근식 경남대 정치언론학부 교수는 “최근의 남북 관계가 경색 국면으로 흘러가고 있기는 하지만 정치적 문제를 민간 차원의 교류에까지 확대해서 해석하는 것은 무리가 있다”고 말했다.

남측 조직위 관계자도 “북한은 이번 결성식을 위해 남측을 초청한다는 초청장을 세 번이나 보내왔다”며 “(정치적 이유 등으로) 남북한 단체 간 합의가 깨진 적은 있어도 초청장까지 발급했다가 연기하는 경우는 거의 없다”고 강조해 추후 행사가 열릴 것이라는 쪽에 무게를 뒀다./연합
저작권자 © 조선일보 동북아연구소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