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 “안보리 결의 사전협의 없어 유감”

27일 오전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의 니코호텔. “굿 모닝(Good morning).” “하우 아 유(How are you).” 반기문(潘基文) 외교부장관이 들어서면서 아소 다로(麻生太郞) 일본 외상과 악수를 하고 간단한 인사말을 주고받았다. 이어 곧장 회담에 들어갔다.

전날 열린 한·중 외무장관 회담은 달랐다. 반 장관과 리자오싱(李肇星) 중국 외교부장은 만나자마자 서로를 껴안으며 파안대소했다. “리 부장이 보여준 외교적 지도력에 깊은 감사를 드린다”(반 장관), “우리가 이번 사안(북한 미사일 발사)을 두고 긴밀히 통화하게 돼 기쁘다”(리 장관)는 덕담도 주고받았다.

1시간20분 동안 진행된 한·일 외교장관 회담의 결과는 최근 냉랭한 양국 관계를 그대로 보여줬다. 과거 같으면 알려지지 않았을 발언도 모두 공개됐다.

먼저, 북한 미사일 문제. 반 장관은 유엔 결의안에 무력 사용을 가능할 수도 있게 하는 유엔헌장 7장이 거론됐던 것과 관련, “사전협의가 결여된 점을 유감스럽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아소 외상은 “안보리 결의는 채택이 목적이 아니다. 문제 해결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했다.

반 장관은 또 “일본의 안보 위협을 충분히 이해하나 일본의 책임 있는 정치가들이 선제공격 문제를 거론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말했다. 아소 외상은 “선제공격을 얘기한 적 없다. 미사일 방위 검토는 일본의 헌법 범위에서 ‘전수방위(공격을 먼저 하지 않고 방어를 하는 것)’로 행동하는 게 바람직하다는 점을 이해해 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이날 회담에서 양국이 의견 일치를 본 것은 거의 없었다. 반 장관이 차관급 대화를 정례화하자고 하니 아소 외상이 검토해보자고 한 정도다./쿠알라룸푸르=이하원기자 may2@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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