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종하·전 외교부장관·서강대 겸임교수

미사일 사태 이후 북한의 선택은 무엇인가? 큰 그림으로 볼 때 북한은 이번 사태로 얻는 것보다 잃는 것이 압도적으로 많아 보인다.

세계 평화의 교란자로 북한은 확고한 ‘명성’을 얻었으며, 6·25전쟁 이후 처음으로 UN 안전보장이사회의 북한 규탄 결의를 가져왔고, 무엇보다도 중국이 UN에서 북한에 등을 돌리는 사태를 유발하였다.

또한 남한과의 관계를 크게 후퇴시켰으며, 삼척동자가 보더라도 공격적인 미사일을 개발하면서 북한 백성들이 굶게 되었으니 남한에 식량과 비료를 내놓으라고 요구하는 것은 불합리하다는 사실을 알아볼 수 있도록 실증하였다.

앞으로 어느 단계에서 경제 원조를 얻을 수 있는 일본의 대북 감정도 여지없이 후퇴시켰다.

그러면 북한은 어떠한 계산하에 미사일 발사를 감행하였는가? 혹은 북한의 내부사정이 너무나도 긴박한 나머지, 국면전환을 위해 미사일 발사는 불가피하였는가?

북한 쪽에서 상황을 보자. 필자는 북한의 미사일 발사가 그들에게는 소기의 소득을 가져왔다고 본다. 그리고 발사는 냉정한 계산의 결과라고 본다.

첫째, 북한은 핵문제뿐 아니라 미사일까지 교섭 대상에 올려 놓음으로써 판돈을 크게 키웠다.핵무기 회담이 성공하더라도 미사일 문제가 토의되기 위해서는 다시 긴 협상 기간이 필요할 텐데 이번 사태를 통하여 미사일 문제를 거의 자동적으로 핵무기급 안보과제 속에 포함시켰다.

둘째, 핵무기 회담과 미사일 회담의 시급성을 크게 부각시켰다. 핵 회담은 북한이 볼 때 미국의 미온적 태도로 진전이 없었으며, 이것은 미국이 이란 핵문제 해결에 우선 순위를 두기 때문이라고 본다. 북한이 미국의 독립기념일에 미사일을 발사한 것은 큰 홍보 효과를 가져왔다.

셋째, 북한 내부의 사기 앙양에도 큰 효과를 가져왔다. 미사일이 발사되고 세계의 언론들이 대서특필한 것은 북한 군부 및 일반 국민들에게는 일대 쾌거다.

그러나 궁극적으로 북한이 미사일 발사를 잘했느냐, 못했느냐 하는 것은 향후 교섭 진전에 이번의 조치가 얼마나 도움이 되느냐에 달려 있다. 북한은 앞으로의 수순을 잘 밟아야 한다.

중국이 안보리 결의에서 북한에 등을 돌렸지만 북한이 앞으로 전략을 짜는 데 있어 중국 태도를 확인한 것은 하나의 중요한 각성제가 될 수 있다.

북한은 미국과의 외교게임에서 중국 카드를 완전히 포기해야 한다. 중국은 미국과 거대한 이해관계의 공유 면적을 갖고 있기 때문에 북한을 위해 중·미관계를 깰 생각이 전혀 없다.

북한 입장에서 중요한 것은, 자신의 카드를 잘 쓰려면 이란핵 협상 결과가 나오기 전에 핵무기 및 미사일 협상을 마감해야 한다. 그래야만 미국에 대해 상응하는 대가를 요구할 수 있을 것이다. 북한은 이란 핵회담 결과를 기다릴 시간적 여유가 없다.

북한이 마카오은행 동결자금 해제를 6자회담 복귀 선결조건으로 내세우는 것은 현명하지 못하다. 현 상황에서 미국이 수락할 가능성이 적고, 기다리는 시간에 핵이나 미사일 교섭이 시작되면 중간 합의로 이 문제는 비교적 쉽게 해결될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북한이 경수로를 회담 초기에 제기하는 것도 비현실적이다. 미국은 북한이 경수로로 핵무기를 만들 수 있다고 믿기 때문에 이것은 난제 중의 난제다.

북한이 치중해야 할 분야는 미국과의 관계정상화다. 이것이 이뤄지면 북한의 생존과 안전이 보장된다. 경제적 보상은 그 뒤의 문제다. 경제보상에 있어서는 중국과 한국이 앞장설 것이고 일본이 뒤따르게 될 것이다.

미국은 이제 북한의 아픈 곳을 안다. 그리고 북한이 핵무기를 포기하지 않고 미사일을 포기하지 않는 한, 미국은 북한 정권의 존재가 그들의 국가 안보 이익에 부합하지 않는다고 믿고 북한 정권의 기반을 흔들 것이다.

미국의 결의는 9·11사태를 재현해서는 안 되겠다고 믿는 결의만큼 강하다. 북한이 마카오은행 계정이나 경수로와 같이 비본질적인 문제에 매달리는 만큼 그들은 시간을 낭비할 것이다.

그리고 북한에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시간이다. 체제가 흔들리는 순간부터 북한은 모든 교섭 수단을 잃게 될 것이다.
/유종하·전 외교부장관·서강대 겸임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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