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협조 오래 못갈 것”에 "NO, 美는 중국 믿는다”

지난 16일부터 3일간 방한했던 스튜어트 레비 미 재무부 테러 금융범죄담당 차관은 하루 오찬을 우리나라 국회의원과 전직 외교관·관료 등과 함께한 것으로 27일 밝혀졌다.

이 자리에서 레비 차관은 “미국은 싱가포르와 스위스 등 북한이 곳곳에 숨겨놓은 불법자금을 다 뒤지겠다”며 “중국도 이런 조치에 상당히 협조할 것”이라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모든 북 자금 동결


◇레비 미 재무차관은 이달 중순 한국을 비롯, 동남아를 방문한 뒤 언론과의 잇따른 인터뷰를 통해 북한의 불법행위를 광범위하게 조사 중이라고 말했다./AP
참석자들에 따르면 1시간40분간 진행된 오찬에서 레비 차관은 “마카오 방코델타아시아(BDA) 은행에 묶여 있는 2400만 달러는 하나의 작은 증거일 뿐”이라며 “BDA에 대한 조치는 상징적인 것이고, 그 외 모든 것을 다 동결하겠다”고 말했다.

그는 또 “북한이 갖고 있는 테러용 자금이 어마어마하다”는 말도 했다고 한다.

북한이 불법활동을 통해 얻는 수입에 대해 미 재무부는 관보를 통해 “북한의 범죄행위 수입은 연간 5억 달러에 달할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위조지폐는 물론 위조담배, 밀수, 무기밀매 등을 합한 금액이다.

◆중국과 협조

레비 차관은 또 중국 정부가 북한에 대한 이 같은 압박 조치에 “상당히 협조할 것”이라고도 했다.

이에 대해 한 참석자가 “북한과의 전통적 우호 관계를 감안하면 중국의 협조가 그리 오래 가지 못할 것”이라고 하자, 레비 차관은 “노(NO)”라며 “중국의 역할을 우리는 믿고 있다”고 말했다고 한다.

한 참석자는 “미국측 관계자들은 중국의 협조에 매우 자신 있어 했다”고 전했다. 전문가들은 미국이 중국의 협조를 얻기 위해 무역·안보 등 다방면에 걸친 총체적 수단을 동원하고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레비 차관은 “우리는 지금 이런 북한을 제재하기 위해 세계 투어(Tour)를 하고 있는 것”이라며 “북한의 이런 불법 문제에 대해선 국제사회가 다같이 응징해야 한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와 관련, 최근 미국을 방문하고 돌아온 한나라당 박진 의원은 27일 “중국은 중국은행(Bank of China) 내 북한 관련 계좌 동결 조치 외에 추가적인 동결 조치도 취할 것으로 미국측 고위관계자에게 들었다”고 전했다.

◆개성공단·금강산

레비 차관은 개성공단과 금강산 관광을 통해 북한에 유입되는 한국측 현금에 대해서는 발언을 조심하고 있다.

이날 오찬 모임에선 “한국 정부가 하는 여러 대북 지원이 미사일에 전용되고 있다고 본다”고 말한 것으로 참석자는 전했으나, 미국에 돌아간 뒤엔 “그 두 가지 문제에 대해 제기하지는 않았다”고 하면서도 “일반적 용어 차원에서 논의했다”고 하고 있다.

레비 차관은 26일 연합뉴스와의 인터뷰에선 “안보리 결의는 모든 회원국을 구속한다”며 어떤 나라든지 북한의 불법 활동과 연루된 기업의 자산이 있을 경우 “그런 자산들은 동결돼야 한다”고 말했다.

박진 의원은 “미 고위관계자들은 개성공단 문제에 대해 건드리기 위험한 지뢰밭으로 생각하고 있으며 북한 정권 자금통로로 이용될 수 있기에 독약이라는 분석도 하고 있다”고 전했다.
/권대열기자 dykwon@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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