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금융제재 풀기 전 6자회담 없다”
美, 8자회동 제안…中 ’동의’ 배경에 주목
北 ’비공식 6자회동’ 주장하며 참가 가능성 남아


북한을 제외한 북핵 6자회담 참가국과 아세안지역안보포럼(ARF) 주최국인 말레이시아, 그리고 캐나다와 호주 외교장관이 참가하는 ’8자회동’이 28일 오후 개최된다.

북한이 27일 미국의 금융제재가 해제되지 않으면 “6자회담은 없다”는 기존 입장을 재확인함에 따라 이번 8자회동은 협상 복귀를 거부하는 북한을 압박하는 무대가 될 것으로 보인다.

특히 미국이 주도한 장관급 8자회동에 중국이 참가하기로 함에 따라 향후 중국의 대북정책에도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정부 당국자는 이날 북한이 빠진 8자회동 개최사실을 확인했다.

8자회동은 당초 28일 오후 1시30분 열릴 예정이었으나 양자 회담 등 다른 회의 일정을 고려, 개최 시간을 오후 2시45분으로 조정됐다.

협상에 정통한 한 외교소식통은 “장관급 8자회동을 개최하자고 제의한 것은 미국이었고 한국측이 중국에 이를 제안해 동의를 얻어냈다”면서 “중국측은 북한이 빠진 5자회담은 받아들일 수 없으나 8자 회동은 좋다는 반응을 보였다”고 전했다.

다른 당국자는 “당초 28일 오후 1시50분부터 북한과 중국간 장관급 양자회담이 예정돼 있었다”면서 “하지만 그 시각에 예정된 북중 양자회담 등의 일정을 고려해 회담일정이 다소 늦춰졌다”고 말했다.

미국은 ARF에서 장관급 6자회동을 성사시키기 위해 뉴욕채널을 통해 북한의 참가를 권했지만 북한이 이를 거부하면서 ’장관급 6자회동’은 사실 무산된 것으로 알려졌다.

ARF 참석차 27일 오후 쿠알라룸푸르에 도착한 백남순 북한 외무상을 수행하는 정성일 외무성 국제기구국 부국장(북한 대표단 대변인)은 이날 쿠알라룸푸르 국제공항에서 기자들에게 미국의 금융제재를 해제하기 전에는 6자회담에 복귀할 수 없다는 기존입장을 재확인했다.

현지 외교소식통은 “ARF가 끝날 때까지 콘돌리자 라이스 미국무장관과 백남순 외무상이 전격 회동할 수 있는 막판 변수가 남아있긴 하지만 현재로서는 북한의 태도변화를 기대하기 불투명한 상황”이라면서 “미국의 강경대응 기조는 굳건해 보이며 ARF 이후 추가 대북 제재 등이 예상된다”고 말했다.

이 소식통은 “다만 북한이 쿠알라룸푸르 현지 분위기, 특히 중국까지 8자회동에 동의한 점을 중시해 막판에 ’장관급 6자회동은 정식 6자회담이 아니다’라고 주장하며 비공식 6자회동에 참가의사를 피력할 가능성은 있을 수 있다”고 말해 ’막판 국면전환’의 여지를 남겼다.

특히 백남순 외무상은 27일 오후 쿠알라룸푸르 국회의사당에서 아세안 확대외교장관회담(아세안 회원국+10개국)에 참가한 외교장관들이 말레이시아 압둘라 바다위 총리를 예방하는 자리에서 기자들과 만나 6자 회담 재개 등 현안에 대해 “사업이 아직 시작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그는 또 “잠자고 봅시다”라고 덧붙였고 정성일 부국장도 공항에서 “계속 말할 수 있는 기회가 있을 것”이라고 여운을 남겼다.

반기문(潘基文) 외교통상부 장관과 백 외무상은 바다위 총리를 예방하는 자리에서 잠시 ’조우’했지만 특별한 대화는 없었다.

반 장관은 남북 외교장관회담에 대해서는 “내일쯤 만날 수도 있다. 두고 보자”고 말했다.

한편, 압둘라 총리 예방에는 중국의 리자오싱(李肇星) 외교부장이 백 외무상 바로 옆자리에 앉아있었으나 백 외무상을 사실상 외면한 채 대화를 나누지 않는 모습이었다고 회담장을 다녀온 외교소식통이 전했다./쿠알라룸푸르=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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