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상철 前외교부 대사 한국외교협회 정책위원


물에 빠져 허우적거리는 애인을 구하기 위해 뛰어든 의협의 사나이가 물에 빠져 함께 희생되는 예는 간혹 있는 일이다. 이런 사건은 어디까지나 개인적인 사건으로 잊혀지기 예사다. 물에 빠진 사람은 지푸라기라도 잡는다.

수영실력도 없이 충분한 구조요령도 모르고 더군다나 주변의 가능한 구조대의 지원도 무시하고 무모하게 덤벼들면 결국 물에 빠진 사람에게 잡혀 꼼짝없이 같이 죽고 마는 것이다. 상대방을 붙잡아 함께 같이 죽는 작전이 물귀신 작전이다.

남북한 관계도 이와 크게 다르지 않은 것 같다. 남북한의 관계개선 시도는 박정희 정권 이후 여러 정권에서도 간간이 계속되었던 것은 사실이다. 본격적으로 발동이 걸린 것은 김대중 정권의 소위 햇볕정책과 방북결과 때문이었다.

그 후 북한에 대한 퍼주기 접근 정책이 본격화되면서 끊임없는 짝사랑에 빠져들기 시작한 것이다. 일방적으로 양팔을 벌리고 포옹하듯 격렬한 열정을 퍼부었다. 결국 북측은 속마음은 드러내지 않고 겉으로만 받아들이는 척 하면서 실속 차리기에 여념이 없었다.

북측은 싫은 듯 좋은 듯 평양기생의 기질을 백분 발휘하고 있는 것이다. 우리는 사랑에 울고 돈에 속은 신세가 된 것 같다. 작전에 말려든 것이다. 왜 이런 일이 일어나고 있을까?

북한정권의 지상목표와 조직운영 방법이 무엇인지를 알아야 한다. 한마디로 말하면, 지상 목표는 김정일과 군부측근중심의 군사독재정권 유지이다. 김정일과 군부는 동전의 앞뒤와 같다. 그의 변심을 군부가 눈 감을 수 없고, 군부의 변심을 그가 그냥 두지 않는다.

공산주의 자립경제정책의 한계와 공산권 붕괴로 더욱 어려워진 북한은 정권유지 재원 확보를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있다. 이미 알려진 해외 요원을 통한 귀금속, 마약 등 각종 밀수행위, 위조화폐 재원 조달 등이 그것이다.

이제 그것도 한계에 부닥쳐, 남은 것은 미사일제조, 발사, 시위의 공갈 협박을 통한 원조, 지원 획득뿐이다. 손에 폭탄을 들고 금전과 정권보장을 요구하면서 협박하는 행위와 다를 바 없다. 바로 물귀신 작전이다.

우리는 지금 망망대해에 빠져 허우적거리는 짝사랑 애인을 구하려고 무모하게 물에 뛰어든 상황이다. 애인에게 잡히지 않고 뒤에서 잘 처리하면서 주변 구조대의 지원을 받아 무사히 구출하여 육지로 귀환한다면 좋고, 더군다나 영원한 배필로 맞아 평생해로 한다면 바람직할 것이다. 희망사항이다.

지금은 그렇게 하기 위해 가장 좋은 방법이 무엇인지 다시 한번 생각해야 할 때다. 사랑하는 애인 구출을 위해 독자적 판단과 무모한 행동으로 함께 빠져 죽는 우를 범할 것이냐, 주변 지원 구조대의 의견도 듣고 협조도 얻어 공조체제를 유지해 목적을 달성하는 지혜를 짜낼 것이냐의 문제다. 글로벌 시대에 함께 생각하는 글로벌 마인드가 필요하다. 몇 사람의 개인적 문제가 아님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 /김상철 前외교부 대사 한국외교협회 정책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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