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명을 살상하지 않으면서 적의 전력망을 일시에 마비시켜 전쟁수행 능력을 급격히 떨어뜨리는 비살상무기가 본격 개발된다.

군 소식통은 27일 국방과학연구소(ADD) 주관으로 전도가 높은 니켈과 탄소섬유를 결합해 만든 자탄(子彈)으로 상대방의 전력망을 파괴하는 ’탄소섬유자탄’(일명 정전폭탄:Blackout Bomb)이 올해부터 개발된다고 밝혔다.

ADD는 지난 18일 탄소섬유자탄 시제품 개발업체로 ㈜풍산을 선정했다. 풍산은 앞으로 3년간 개발 과정을 거쳐 시제품을 생산해 품질 및 성능검사를 통과하면 양산체제로 들어간다.

항공기에서 투하되는 폭탄이나 함정에서 발사되는 토마호크 미사일에 탄소섬유자탄을 집어넣어 유도장치에 의해 공중에서 폭발시키면 니켈이 함유된 탄소섬유가 무수히 방출돼 송전선에 걸리게 되며 이 때 단락현상이 일어나 정전이 되는 원리다.

또 전력망에 갑자기 과부하가 걸리면서 각종 전기.전자장비가 고장을 일으키기도 한다.

코소보전쟁 때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군이 유고슬라비아 전력공급 시스템을 파괴하려고 이런 종류의 폭탄을 사용, 유고슬라비아 전역에 공급되는 전력의 70%를 차단했던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지상에 노출되는 고압 송전망은 탄소섬유자탄의 공격을 피할 수 없기 때문에 지하에 전력 케이블을 매설하기 힘든 산악지형의 송전망을 공격할 때 효과적이라는 분석이다.

특히 전국에 7천~8천여 개의 지하 군사기지를 구축해 놓고 있는 북한지역의 경우 유사시 대형 발전소 상공에서 이 폭탄을 터트리면 전력공급 차단으로 상당수의 지하요새가 무력화될 것으로 전문가들은 내다보고 있다.

군 소식통은 “전시에 발전소 등 적의 기간산업을 파괴한다면 전후 복구에 엄청난 비용과 시일이 소요된다”며 “전쟁 승리 후 적 지역 민심이반을 막고 신속한 전후복구를 위해 비살상무기 개발에 중점을 두고 있는 현대전의 추세를 반영했다”고 말했다.

ADD는 탄소섬유를 이용한 전기.전자장치 파괴기술을 올해 착수할 핵심기술로 선정한 바 있다./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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