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노무현 대통령과 이종석 통일부장관의 공개적인 미국 비판으로 한미관계가 경색되는 것을 우려했기 때문일까. 한·미 양국의 6자회담 수석대표인 천영우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과 크리스토퍼 힐 미 국무부 차관보는 25일 말레이시아행 비행기의 비즈니스석에 나란히 앉아 대화하는 장면을 언론에 공개했다.

‘기내 회담’을 사진까지 찍도록 공개하는 것은 이례적이다. 그는 천 본부장과 같은 비행기를 탄 배경을 물은 데 대해 “비빔밥을 먹고 싶었기 때문”이라고 농담을 섞어 답변했다. 다음은 힐
차관보와의 일문일답 골자.

―아세안지역안보포럼(ARF)을 계기로 한 6자회담 참가국 간 회동이 6자회담 재개에 도움이 된다고 보나.
“도움이 되길 희망한다. 우리는 북한이 불법행위를 중단할 준비가 돼 있다면 그들과 불법행위 문제에 대해 함께 일할 수 있음을 누차 밝혀왔다. 그러나 우리가 6자회담을 열기 위해서 북한의 불법행위를 용납할 수는 없음을 북한은 알아야 한다.”

―개성공단·금강산관광사업을 통한 자금이 북한의 미사일 개발비용으로 전용될 가능성에 대해 우려의 목소리가 있는데 어떻게 생각하나.

“나는 그런 말을 한 적 없다. 모든 나라들은 (북한 미사일에 대한) 유엔 안보리의 결의문을 이행해야 하고 미사일 개발을 위한 돈과 기술이 이전되는 것을 경계해야 한다. 나는 한국이 어떻게 경계해야 하는지에 대해 얘기하고 싶지 않다. 한국은 스스로 어떻게 할지를 안다고 생각한다.”

―백남순 북한 외무상이 ARF에서 라이스 장관과의 양자대화를 원할 텐데.

“백 외무상이 6자회담에 참가한다면 나는 아무것도 배제하지 않는다. 6자회담이 우리에게는 핵심 행사다. 우리는 북한 정부가 6자회담에 복귀하려는 의지가 없다면, 백 외무상과 얘기하는 것은 별 가치가 없다고 본다.”

―북한을 제외한 5자회담도 가능한가.
“아무도 6자회담을 5자회담으로 대체하는 데 관심이 없다. 결국 회담의 목표는 북한 비핵화이기 때문이다. 우리는 실제로 5자회담을 원하지 않는다. 그러나 6자회담 참가국을 포함, 관련 국가들과 동북아의 안보문제를 협의할 필요성을 강하게 느끼고 있다.”
쿠알라룸푸르=이하원기자 may2@chosun.com
저작권자 © 조선일보 동북아연구소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