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학술적 목적 세미나 자료 실정법 적용 곤란”

북한이 자체 시각에서 현대사를 서술한『현대조선역사』를 전교조 부산지부가 상당 부분 인용해 교사용 세미나 자료로 만든 사실이 26일 뒤늦게 알려지면서 파문이 일고 있다.

뉴라이트 단체인 ’친북반국가행위 진상규명위원회’(위원장 제성호)는 이 교재를 대한민국의 정통성을 부정한 ‘친북반국가성’ 자료로 비판했고, 전교조는 ‘구시대적 색깔론’이라며 정면으로 대응했다.

논란이 확대되면서 북한에서 펴낸 원서를 인용한 자료를 만들어 교사모임 세미나에서 사용한 사실이 실정법 위반에 해당하는지도 관심을 끌고 있다.

검찰 내부에서는 학술ㆍ토론 목적으로 교재를 만들고 사용했다면 국가보안법 적용은 어렵다는 의견이 유력하다.

문제가 된 『현대조선역사』는 북한 사회과학원 역사연구소가 1983년 발간한 책으로 국내에서는 이미 1988년 일송정이라는 출판사에서 발간돼 일반에 소개됐다.

공안부서의 한 중견 검사는 “사실 관계를 확인해야겠지만 이미 국내에서 발간된 책을 세미나 자료에 인용했다면 실정법 위반에 해당한다고 보기 어렵다. 참석자들이 비판적 시각에서 교재에 접근했다면 더욱 문제될 사안이 아니다”고 말했다.

학술적 차원에서 토론이 이뤄졌고 참석자들이 비판적 시각에서 접근했다면 북한의 원서를 인용해 교재를 펴내고 토론한 행위는 학문의 자유의 테두리 안에서 보호받을 수 있다는 것이다.
이적표현물 소지 여부가 논란이 될 수 있지만 국가보안법상 이적표현물 소지죄는 적용 요건이 까다롭다.

국가의 존립ㆍ안전이나 자유민주적 기본 질서를 위태롭게 한다는 점을 알고도 반국가단체나 그 구성원 또는 그 지령을 받은 자의 활동을 찬양·고무·선전할 목적으로 문서, 그림을 제작 배포했을 때만 적용할 수 있다.

검찰 관계자는 이적 표현물 소지죄에 대해 “발제자가 교수였고 참석자가 학생이라고 가정하더라도 사회ㆍ역사 분야에서 학술적으로 접근했다면 이적 목적이 인정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명확하게 국가 안보에 위협이 된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는 점이 전제돼야 하는데, 학문적으로 사용하기 위해 자료를 펴낸 것만으로 이적표현물 소지죄를 적용하기는 어렵다는 해석인 셈이다.

더욱이 전교조가 북한 서적을 비판적인 시각에서 활용했다고 밝힌 만큼 이번 세미나를 갖고 누구든 문제 삼더라도 국가보안법으로 처벌하기란 극히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전교조는 26일 성명에서 “교사들을 조직적으로 모집한 것도, 주입식 학습을 진행한 것도, 대규모 대중강연도 아니었다.

세미나에서는 남과 북의 역사 인식 차이에 대한 우려, 북한 역사인식에 대한 비판도 충분히 토론됐다”고 말했다./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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