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일 국방위원장이 대포동 2호 등 미사일 시험 발사 이후 ’사면초가’의 정세 속에서 장기간 공개석상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고 있다.
김 위원장이 장기간 모습을 드러내지 않자 미사일 사태 이후 날로 악화되고 있는 북한을 둘러싼 정세를 관망하고 있는 것이라는 관측에서 건강에 이상이 있는 것이 아니냐는 추측까지 나오고 있다.
김 위원장은 지난 5일 미사일 발사 직전 새로 건설된 평양 대성타이어 공장을 현장지도차 방문했다고 4일 조선중앙통신이 보도한 이후 26일까지 22일째 북한 언론 등 대외 선전매체에 등장하지 않고 있다.
최근 긴박한 국제 정세를 고려해 지난주 각국에 주재하는 대사급을 전원 평양으로 소집해 ’해외 공관장 회의’를 개최할 것이라는 관측이 전해졌으나 이에 대한 보도도 나오지 않아 회의개최 여부도 확인되지 않고 있다.
김 위원장은 앞서 아버지인 고(故) 김일성 주석의 12번째 기일인 지난 8일 금수산기념궁전 참배를 하지 않았을 가능성이 점쳐졌고, 지난 10∼15일 북한을 방문한 후이량위(回良玉) 부총리를 단장으로 한 중국 친선대표단의 면담 요청에도 응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김 위원장의 이 같은 ’은둔’은 미사일 발사가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대북결의로 이어진 이후에도 추가 제재까지 거론되는 등 사태가 심각해지고 있는 것과 맞물려 더욱 궁금증을 증폭시키고 있다.
북한 전문가들은 대포동 2호 발사 실패에 이어 ’혈맹’인 중국과 꼬여가는 외교관계나 미국과 일본을 중심으로 수위를 높여가고 있는 대북제재, 식량난에 겹친 폭우 피해 등 ’사면초가’ 정세를 관망하며 활로 모색에 부심하느라 외부 활동을 자제하고 있는 것이 아니냐는 관측을 내놓고 있다.
황재준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연구위원은 “김 위원장이 20일 이상 공개 석상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는 것은 북한 내부의 정치적 문제나 대외관계 등으로 인해 골머리를 앓고 있기 때문인 것으로 볼 수 있다”면서 “하지만 은둔기간 등이 심각한 문제를 예상할 정도는 아니다”고 말했다.
아울러 김 위원장의 장기 은둔 때마다 제기되고 있는 ’건강 이상설’도 고개를 들고 있다. 심장병 등 지병을 치료하느라 대외적으로 모습을 드러내지 않을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나 이를 뒷받침할 만한 뚜렷한 징후는 포착되지 않고 있다.
백학순 세종연구소 남북관계연구실장은 “북한 지도자가 공개적인 석상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는 것은 일종의 사회주의 통치스타일이며 이례적이라고 말하기는 힘들다”면서 “다만, 어려운 정세 속에서 김 위원장이 다른 사람들이 미처 생각하지 못하는 의표를 찌르는 행동을 한다는 측면을 감안할 때 주목할 필요는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백 실장은 그러나 “김 위원장은 지난 1월 중국을 다녀온 이후 활발하게 현지지도를 해온 점으로 미뤄 건강에 특별한 이상이 있는 것으로 보기는 힘들다”고 덧붙였다./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