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측 6자회담 수석대표인 크리스토퍼 힐 국무부 동아태 담당 차관보가 25일 북한의 미사일 발사와 유엔 안보리 결의 등 숨가쁘게 돌아가는 최근 북한 관련 정세에 대해 속내를 털어놓았다.

힐 차관보는 말레이시아에서 열리는 아세안지역안보포럼(ARF) 참가차 쿠알라룸푸르로 가는 기내에서 연합뉴스와 가진 인터뷰에서 “북한 백남순 외무상이 6자회담 참가국들의 활동에 참가한다면 어떤 것도 배제하지 않는다”며 북한의 태도변화를 촉구하는 데 주안점을 뒀다.

그러면서 “6자회담을 열기 위해 북한의 불법행위를 용납할 수는 없음을 북한은 알아야 한다”거나 “6자회담에 복귀하려는 의지가 없다면 백 외무상과 대화하는 것은 가치가 없다”며 단호한 미국의 입장을 강조했다. 북한이 끝내 협상을 거부할 경우 미국의 향후 행보를 시사한 것이다.

힐 차관보는 한국 대표단과 한 비행기를 탄 ’묘한 회동’의 배경을 묻자 “비빔밥을 먹고 싶었기 때문”이라고 농담섞어 대답하기도 했다.

외교부 당국자는 “힐 차관보가 천영우 우리측 6자회담 수석대표와 전날 전화통화를 하면서 워싱턴에서 쿠알라룸푸르까지 가려면 서울을 경유하기로 하고 서로 항공편을 조정했다”고 소개했다.

다음은 힐 차관보와의 일문일답.

--ARF 회의에 대해 어떻게 전망하나

▲ARF회의의 첫번째 목적은 미국과 아세안 국가들과의 관계 증진이다. 그러나 우리는 북한 미사일 문제를 무시할 수 없다.

그래서 콘돌리자 라이스 장관은 반기문 외교부 장관을 비롯, 6자회담 참가국 동료들을 가능한 한 많이 만나길 원한다. 어떤 형태로 만나게 될지는 미정이다.

그런데 북한이 어떻게 나올지 모르겠다. 북한은 이번에 6자 활동에는 참석하지 않겠다는 뜻을 시사한 것으로 안다.

--백남순 북한 외무상이 라이스 장관과의 양자대화를 원한다면
▲나는 핵심 질문은 그게 아니라 백 외무상이 6자 활동에 나올지 여부라고 생각한다. 난 그 답을 모른다. 그가 6자 활동에 참가한다면 나는 아무 것도 배제하지 않는다. 6자 활동이 우리에게는 핵심 이벤트다.

우리는 북한 정부가 6자회담에 복귀하려는 의지가 없다면 백외무상과 얘기하는 것은 별 가치가 없다고 본다.

--ARF를 계기로 한 6자 회담 참가국간 회동이 6자회담 재개에 도움이 된다고 보나

▲나는 이번 회동이 6자회담 재개에 도움이 되길 희망한다. 우리는 북한이 불법행위를 중단할 준비가 돼 있다면 그들과 불법행위 문제에 대해 함께 일할 수 있음을 누차 밝혀왔다. 그러나 우리가 6자회담을 열기 위해서 북한의 불법행위를 용납할 수는 없음을 북한은 알아야 한다.

--북한을 뺀 5자간 회동도 가능하나

▲아무도 6자 틀을 5자로 대체하는데 관심이 없다. 결국 회담의 목표는 북한 비핵화이기 때문이다.

우리는 실제로 5자회담 과정을 그다지 원치 않는다. 하지만 동북아에서 다자간 프로세스를 강화하고 6자회담 재개를 위해 관련국들이 함께 노력할 필요성, 그리고 6자회담 참가국을 포함, 관심있는 국가들과 동북아의 안보문제를 협의할 필요성을 강하게 느끼고 있다.

--개성공단.금강산관광 사업을 통한 자금이 북한의 미사일 개발비용으로 전용될 가능성에 대해 우려의 목소리가 있는데 어떻게 생각하나

▲나는 그런 말을 한 적 없다. 모든 나라들은 (북한 미사일에 대한) 유엔 안보리의 결의문을 이행해야 하고 미사일 개발을 위한 돈과 기술이 이전되는 것을 경계해야 한다. 나는 한국이 어떻게 경계해야 하는지에 대해 얘기하고 싶지 않다. 한국은 스스로 어떻게 할지를 안다고 생각한다.

--중국은행이 북한 계좌를 동결했다는 보도가 있었다.

▲보도를 봤다. 그러나 나는 그런 문제에 크게 관여하고 있지 않아서 잘 모른다. 다만 중국인들이 그들의 은행 시스템과 관련된 문제들에 대해서는 우려를 하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다.

--김계관 북한 외무성 부상의 ARF 참가 가능성은

▲내가 알기로는 김 부상이 이번에 참가하지 않는 것으로 안다. 그러나 북한은 신비롭게 보이길 원하기 때문에 어떻게 될지는 가 봐야 알 것 같다./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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