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외교관도 몰랐던 유엔 ‘北미사일 제재’ 급전
평양접촉에 北 응하지않자 전격 지시한 듯


중국이 북한의 미사일 발사에 대한 제재 내용을 담은 유엔안전보장이사회의 결의안에 찬성한 과정에는 중국 정부 최고위층의 결단이 작용했던 것으로 보인다고 서울과 베이징의 외교소식통들이 25일 전했다.

소식통들은 “중국은 처음에는 결의안보다 낮은 수준인 ‘의장성명’을 끝까지 밀어붙이려 했다”며 “그러나 어느 순간 갑자기 ‘결의안’ 채택에 동의하는 자세를 취하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한 고위 소식통은 “중국 정부 내에서 외교부보다 윗선의 지시가 있었던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며 “중국이 입장을 선회한 날에도 중국의 실무 외교관들은 그런 입장 변경을 잘 알지 못했던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외교관들은 “중국은 한 번 정한 외교적 입장을 여간해서 잘 바꾸지 않는데 이번과 같은 전격적인 선회 배경이 외교가에선 미스터리로 회자되고 있다”고 말했다.

중국은 북한이 미사일을 쏜 5일 미·일의 안보리 결의안 채택에 반대했다. 대신 왕광야(王光亞) 유엔주재 대사 명의로 의장성명 초안을 냈다. 일본이 ‘수정 결의안’을 냈던 7일에도 마찬가지였다.

당초 안보리 1차 표결이 예정됐던 10일까지도 같은 입장을 고수하던 중국은 12일(미국 뉴욕 시각) 갑자기 “제재가 아닌 비난 수준으로 낮춘 자체 결의안을 내겠다”며 ‘의장성명 채택’ 방침을 버렸다. 이틀도 채 안 돼 입장이 바뀐 것이다. 12일은 후이량위 중국 부총리와 우다웨이 6자회담 중국측 수석대표가 평양을 방문해서 북한과 대화를 시도한 때다.

이날 베이징에서는 크리스토퍼 힐 미 국무부 차관보가 리자오싱 중국 외교부장과 만났다. 힐 차관보는 이날 오후 “중·북 회담에 성과가 없다”고 말했다.

외교 소식통들은 미국이 이날 힐 차관보 등을 통해 국제사회의 최후 통첩성 메시지를 중국에 전달한 것으로 보고 있다. 이를 접수한 중국의 최고위층은 평양 접촉 결과를 기대했으나 북한측이 응하지 않자 ‘결의안 추진’을 지시한 것으로 보인다.

이와 함께 중국은 15일부터는 러시아에서 열리는 G8(선진 7개국+러시아) 정상회의에서 북한 설득에 실패한 데 대한 책임론도 부담스러워했을 것으로 보인다./권대열기자 dykwon@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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