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 어떻게 할 지 스스로 안다”
“6자회담 하기 위해 北 불법행위 용납못해”


크리스토퍼 힐 미 국무부 차관보는 25일 아세안지역안보포럼(ARF)에서 콘돌리자 라이스 국무장관과 백남순 북한 외무상간 회동 가능성에 언급, “북한이 6자 회담 참가국 회동에 참가한다면 어떤 것도 배제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말레이시아에서 열리는 ARF에 참석하기 위해 인천공항에서 대한항공 K671편에 탑승한 힐 차관보는 기내에서 가진 인터뷰에서 이같이 말하고 “백남순 외무상이 6자회담 참가국간 활동에 참가하는데 동의하느냐가 열쇠”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그는 “북한 정부가 6자회담에 복귀하려는 의지가 없다면 백 외무상과 대화하는 것은 가치가 없다고 본다”라고 말했다.

그의 발언은 ARF를 계기로 미국이 북한을 협상장에 유도하기 위해 카드를 제시할 것이라는 일각의 관측을 일축하는 동시에 북한의 태도변화가 없을 경우 대북 압박을 강화할 것임을 시사한 것으로 풀이된다.

힐 차관보는 이어 “우리는 북한이 불법행위를 중단한다는 전제로 불법행위 문제에 대해 북측과 일할(work with) 용의가 있음을 북측에 누차 밝혔다”면서 “그러나 6자회담을 열기 위해서 우리가 그들의 불법행위를 용납할 수는 없다는 것을 북한은 알아야 한다”고 말했다.

힐 차관보는 또 북한이 6자회의에 불참할 경우에 대비해 검토되고 있는 5자 회의에 대해 “6자회담의 목표는 북한의 비핵화인 만큼 누구도 6자 틀을 5자로 대체하는 데는 관심이 없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우리는 6자회담 재개문제를 관련국과 논의하고 동북아의 안보문제에 대해 6자회담에 참가하는 5개국 등과 의논할 필요성을 느끼고 있다”고 언급했다.

그는 “라이스 국무장관은 ARF 참석을 계기로 반기문 외교통상부 장관을 비롯, 가능한 한 많은 6자회담 참가국 관계자들을 만나길 원한다”고 덧붙였다.

힐 차관보는 개성공단과 금강산 관광사업을 통해 북한에 전해지는 현찰이 북한의 미사일 개발에 전용될 수 있다는 지적에 대한 견해를 묻자 “나는 그런 말을 한 적이 없다”면서도 “모든 나라들은 유엔 안보리의 결의문을 이행해야 하고 북한에 미사일 관련 자금과 기술이 건너가는 것을 경계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서 그는 “나는 한국이 (자금.기술 이전 문제에 대해) 어떻게 경계해야 하는지에 대해 얘기하고 싶지 않다”면서 “한국은 어떻게 할지를 스스로 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힐 차관보는 미국에서 쿠알라룸푸르로 가기 위해 인천공항을 경유하면서 한국측 대표단과 같은 항공편에 탑승, 우리측 6자회담 수석대표인 천영우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의 옆 좌석에 자리해 ’상공회담’을 가졌다./쿠알라룸푸르=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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