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대통령은 25일 국무회의에서 “한국 장관은 ‘미국 정책이 성공한 게 아니다’고 하면 안 되는가. 그 각료는 국회에서 혼이 나야 되는 거냐”고 말했다.

최근 TV에 나와 “북한 미사일 문제에서 미국이 가장 많이 실패했다”고 했다가 국회에서 비판받은 이종석 통일부장관을 두둔한 것이다.

대통령은 “내가 TV를 봤는데 이 장관의 말은 ‘(북한이) 미사일을 발사했다는 것은 한국의 실패를 의미하는 것 아닌가요’라는 질문에 ‘굳이 실패를 말한다면 미국이 제일 많이 했고 한국은 좀 더 작은 실패를 했다고 봐야겠지요’라는 뜻이었다”고 자신의 해석을 덧붙였다.

그러면서 “장관들은 (국회에서 이 장관 같은 일을 당하면) ‘그러면 북한 목 조르기라도 하자는 말씀입니까’ ‘미국은 一切일절 오류가 없는 국가라는 말씀입니까’ ‘미국의 오류에 대해선 한국은 일절 말하지 않아야 된다고 생각하십니까’라고 되물을 마음의 준비를 하라”고 말했다.

먼저 대한민국 대통령이 궁금해하고 있는 문제에 대해 답변을 해야겠다.

대한민국은 主權주권국가이고, 주권국가의 대통령이나 장관은 어느 나라 누구의 눈치도 보지 않고 所信소신을 말할 권리가 있고, 또 그래야 마땅한 일이다.

이것은 초등학교 高學年고학년이나 중학생들도 알고 있는 이야기이고, 그들 수준에 맞는 正答정답이다.

그러나 한 나라의 대통령이나 장관이라면 옳은 말도 때와 장소를 가릴 줄 알아야 하고, 더욱이 그 말이 자기 나라의 國益국익에 민감한 영향을 줄 가능성이 있다면 말하기 전에 몇 번을 더 생각해야 한다.

대통령은 자신의 말로 해서 주요 외교 상대국과의 관계가 몇 번이나 아슬아슬하고 위태위태한 局面국면을 빚었기에 말의 어려움과 무서움을 충분히 알 만한 위치에 있다.

대통령 스스로도 이번 문제의 발언을 하는 자리에서 “말이라고 하는 것은 (입에서 나오는 순간) 그 맥락이 끊기고 그것만으로 사회적 의미를 갖는 것”이라고 강의하지 않았는가.

솔직하게 말하면 대한민국 대통령이 장관들을 모아놓고 ‘의원님께서는 미국은 일절 오류가 없는 나라라고 생각하십니까’ ‘미국의 오류에 대해서 한국은 일절 말하지 않아야 된다고 생각하십니까’ 하고 反問반문하라고 지시하는 대목에서 대한민국의 知覺지각 있는 국민들은 참기 어려운 수치심과 모멸감을 느꼈을 것이다.

대통령은 장관들에게는 “자나 깨나 앉으나 서나 어떻게 답변할 것인지 연구해야 한다”고 말하면서도 정작 본인은 왜 자신의 말로써 이렇게 국민들에게 낯 뜨거운 느낌을 안겨주는가.
저작권자 © 조선일보 동북아연구소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