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25 해방전쟁… 독창적 선군정치…” 기술
학생들에게 親北 ‘주체사관’ 일방주입 우려


전교조 부산지부에서 2005년 10월 교사 교재용으로 제작한 ‘통일학교 자료집’이 북한 역사책인 ‘현대조선력사’(1983년) 일부분을 그대로 발췌 기술한 것으로 드러났다.

25일 본지가 입수한 자료에 따르면, 총 92쪽 분량의 자료집 중 3분의 2 이상이 출처도 명시하지 않은 채 ‘현대조선력사’에서 토씨까지 그대로 베껴 제작한 것으로 밝혀졌다.

이 교재는 전교조 부산지부통일위원회 소속 각급 교사들 세미나용 교재로 제작됐다. 1983년 북한에서 펴낸 ‘현대조선력사’는 1988년 한국에서도 일송정이라는 출판사가 출간했다.

이 자료집은 북한이 조작한 김일성의 항일무장투쟁을 기정사실화했고, 6·25 전쟁에 대해서도 북한의 남침주장을 생략한 채 조국해방전쟁이라는 주장을 그대로 발췌하는 등, 북한의 역사관을 일방적으로 수용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한 재미(在美) 사회학자의 글을 인용해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창조한 선군(先軍)정치는 세계정치사에서 찾아볼 수 없는 독창적인 정치방식”이라고 게재했다.

친북반국가행위진상규명위 제성호(諸成鎬) 위원장은 “대한민국의 역사관을 부정하고, 북한의 역사관을 미화해 실정법을 위반했을 뿐 아니라 친북편향적 역사관을 가진 교사들이 현대사에 객관적인 인식능력을 갖지 못한 학생들에게 잘못된 역사관을 주입시킬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북한 주체사관 역사책 베껴”

북한 현대사를 기술한 전교조 자료집은 일제시대, 해방 이후, 90년대 북한의 선군(先軍)정치시대 등 세 부분으로 나눠져 있다. 1부와 2부는 북한 당국의 역사서인 ‘현대조선력사’를 대부분 베꼈다.

1983년 출간된 ‘현대조선력사’는 수령의 지도를 강조하는 주체사관을 대변하는 북한의 대표적인 역사서 ‘조선전사’ 35권의 축약판으로 알려져 있다.

전교조 자료집은 김일성이 1934년 조직했다는 조선혁명군, 김일성의 항일무장투쟁사와 그 의의, 해방 직후 북한 정세, 6·25 전쟁 부분에 대한 기술에서 북한 역사책을 그대로 옮겨 적었다.

전교조측도 논란을 의식한 듯 ‘현대조선력사’에 나와 있는 김일성이라는 단어는 거의 지웠다. “인민은 김일성을 우러러 모시고”, “주체의 혁명위업을 승리적으로 전진” 등과 같이 주체사관이 노골적으로 드러난 부분은 싣지 않았다.

하지만 자료집은 김일성이 조선인민혁명군을 조직해 독자적으로 항일투쟁을 했다고 적었고, 1945년 김일성 주도로 최후진공작전을 전개해 광복을 맞았다고 썼다.

북한 남침은 기술하지 않은 채 미군(美軍)의 세균전과 양민학살만을 발췌해 적고 있다.

◆“선군정치는 독창적 정치방식”

해방 이후도 ‘현대조선력사’를 인용해 북한 사회주의 건설노선을 정당화하고 있다. 자료집 곳곳에 김일성과 주체사상을 우상화했다.

마지막 부분에선 북의 ‘선군정치’를 설명하고 있다. 선군정치는 1990년대 후반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경제시스템 붕괴를 타개하기 위해 군부(軍部)에 의존하기 시작하면서 나온 정치슬로건이다.

최근 부산에서 열린 19차 남북 장관급회담에서 북측 인사들이 “남측 대중이 선군정치의 덕을 보고 있다”고 말해 사회적 논란이 됐었다.

자료집은 ‘통일학연구소 한호석’이라는 재미(在美) 학자의 글을 인용해 “선군정치는 세계정치사에서 찾아볼 수 없는 새로운 독창적인 정치방식”이라고 평가했다.

또 1998년 미사일 위기는 “눈물 어린 환희”로, 핵(核) 위기가 있었던 2004년을 “조선의 본때를 보여준 가슴 후련한 해”로 표현하고 있다.

◆부산 전교조, 반APEC 동영상 물의

전교조 부산지부는 지난해 11월 부산에서 열린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와 관련해 비속어가 가득한 동영상을 제작해 수업자료로 쓰겠다고 해 물의를 빚었다.

이 동영상에선 부시 미 대통령을 ‘퍼킹(fucking)’ 등 비속어를 남발하며, “(촛불시위에 대해) 촛불 든 ××들 다 테러리스트 아니냐”고 발언하는 인물로 묘사했다.

제성호 위원장은 “일부 친북사이트에 간간이 북한을 찬양하는 글이 게재됐다 삭제된 경우는 있었지만, 북한원전을 그대로 교재로 사용한 것이 확인된 것은 처음”이라고 말했다.

본지는 전교조 부산지부에 문제의 통일자료집에 대한 반론을 요청했으나, 부산지부측은 이를 거부했다.
/박란희기자 rhpark@chosun.com
/김정훈기자 runto@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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