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 첫 영화 협력사업 평가…27일 크랭크인

북한에서 조선작가동맹 작가로 활동하고 있는 홍석중(65)씨는 자신의 소설 ’황진이’가 남한에서 영화로 제작되는 데 대해 어떻게 생각하고 있을까.

26일 남북경제문화협력재단의 신동호 문화협력위원장은 홍씨가 ’황진이’ 영화제작에 큰 관심을 갖고 있다며 한 해 가까이 진행된 협의 뒷이야기를 풀어냈다.

신 위원장에 따르면 홍씨는 남북경제문화협력재단의 중개로 지난해 5월 남측 씨즈엔터테인먼트와 ’영화각색권 양도에 대한 계약서’을 체결하고 북측에서 촬영 계약까지 체결했다.

’접속’, ’텔미썸딩’ 등 영화의 메가폰을 잡았던 장윤현 감독은 송혜교와 유지태를 ’황진이’(제작 씨네2000) 주인공으로 캐스팅해 27일부터 본격적인 촬영에 들어간다.

영화 ’황진이’는 남북 첫 영화 협력사업으로 평가받고 있으며 파주, 개성, 금강산 등 남북을 오가며 촬영할 계획이라 관심을 모으고 있다.

벽초 홍명희(1888-1968)의 손자이기도 한 홍씨는 사전에 시나리오를 꼼꼼히 살펴봤으며 남측 영화제작 관계자와 만난 자리에서는 “영화가 완성되면 평양이든 금강산이든 시사회를 갖자”고 먼저 제안하기도 했다.

그는 특히 지난달 5일 평양 양각도호텔에서 장 감독과 씨네2000, 시즈엔터테인먼트 관계자를 만나 “원작을 잘 살려 시나리오 써줘서 고맙다”며 작가동맹 동료들과 한 달 간 시나리오를 검토한 결과를 논의했다.

홍씨는 이 자리에서 대사 가운데 ’많이 많이’와 같은 표현은 ’메니 메니’(many many)처럼 미국식 표현 같다며 재검토를 요청하기도 했다.

그는 또 “여배우는 누구냐”고 묻고, 송혜교라는 말을 듣자 “아..가을동화의 그 배우?”라며 관심을 보였다.

홍씨는 “황진이가 평소에는 예쁘지 않은데 슬플 때, 웃을 때, 반항할 때 더욱 예쁘다”고 설명한 뒤 “송혜교가 그런 연기를 잘 해줬으면 좋겠다”고 기대감을 표시했다.

황진이를 중심으로 치밀한 심리묘사가 돋보이는 원작 소설의 느낌을 가감 없이 살려달라는 당부였다.

그는 또 “김희열이라는 선비가 (소설) 마지막에 죽지만 사실과 맞지 않다”며 “그가 후에 크게 출세하는 것이 보다 사실적인데, 이 문제를 같이 고민해보자”고 말하기도 했다.

홍씨는 “김희열이 16세기 조선의 현대 영웅상이어야 한다”면서 “변학도 형(型)으로 만들거나 마구 소리 지르는 인물이 되어서는 안된다. 양면적인 지성형 인간으로, 악을 채워가더라도 지능적으로 그려줬으면 좋겠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북(北)의 작가 작품을 남(南)에서 만들었다는 상품성만 생각하지 말고 민족적인 문제도 고민해주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한편, 남북을 오가며 촬영하는 영화 ’황진이’는 오는 9월 촬영을 끝내고 하반기 중 개봉을 목표로 하고 있다.

신 위원장은 “금강산 촬영은 북과 현대 측의 동의로 예정돼 있지만 개성 촬영 문제가 남북 관계의 어려움으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면서 “북으로부터 확답이 오지 않는 것이 정치적인 이유인 것 같아 안타깝다”고 말했다./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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