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5월초 중국 선양(瀋陽) 주재 한국총영사관을 이탈해 인접한 미국총영사관으로 담을 넘어 들어간 탈북자 4명 가운데 22일 미국으로 향한 3명에 대한 뒷얘기가 조금씩 흘러 나오고 있다.

현지의 한 외교 소식통은 25일 “이들 탈북자 3명은 추방 형식이 아니라 미국의 여행증명서를 발급받아 선양에서 비행기를 타고 일본을 거쳐 미국으로 향했다”고 밝혔다.

선양의 타오셴(桃仙) 국제공항에서는 미국으로 직항하는 항공편이 아직 운행되지 않고 있어 한국이나 일본을 거치거나 베이징으로 이동해 미국행 직항편을 갈아타야 한다.

선양 주재 한국총영사관도 만일의 경우에 대비해 한국을 거쳐 미국으로 가는 항공편을 섭외하기도 했다는 후문이다.

이들 탈북자 4명이 한국총영사관에서 미국총영사관으로 담을 넘어 들어갈 때 이를 제지하는 중국인 경비원을 물리적으로 제압했다는 언론 보도도 있었지만 중국과 미국의 교섭 과정에서 장애가 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또 다른 소식통은 “한국총영사관에서 당시 중국인 경비원의 상황에 대해 중국 공안에 통보하거나 처벌을 요구한 적이 없다”고 말했다.

특히 탈북자의 망명을 둘러싸고 두 달 여에 걸쳐 진행된 중·미 양국의 교섭은 철저히 중국 외교부와 베이징 주재 미국대사관을 통해 이뤄진 것으로 전해졌다.

선양 주재 한국총영사관의 한 관계자는 “우리가 이들 탈북자의 신병을 관리하고 있었지만 미국총영사관으로 들어간 이후 교섭 과정의 내막에 대해 전혀 아는 바가 없었다”고 말했다.

미국총영사관측도 이번 사건과 관련한 질의에 대해 “베이징 주재 미국대사관에 물어보라”고 답변했다.

랴오닝(遼寧) 성 정부의 한 관계자는 중국 정부의 미국행 허용 배경에 대해 “원칙을 지키되 정세의 변화에 따라 사고방식이나 일을 처리하는 방식도 바뀔 수 있다”고 말했다./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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