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압박 강화” vs “출구 명분 마련해야”
PSI-남북경협 놓고 신경전


한미 양국은 오는 28일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에서 열리는 아세안지역안보포럼(ARF) 이후의 대북 정책을 놓고 이견을 보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은 콘돌리자 라이스 미 국무장관까지 참여하는 이번 기회마저 북한이 거부할 경우 보다 강력한 압박을 가해야 한다는 입장인데 반해 한국 정부는 북한의 태도전환을 유도하기 위해 관련국들이 보다 적극적인 설득노력을 펼쳐야 한다고 촉구하고 있다고 정부 관계자가 25일 밝혔다.

송민순 청와대 통일외교안보정책실장은 이와 관련, 24일 한 라디오 프로그램에 출연, “서로 전제조건을 달지말고 폭넓게 접근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정부 관계자는 “미국과 일본 주도의 대북 압박공세는 상황을 더욱 악화시킨다는 것이 정부의 기본판단”이라면서 “ARF에서 북한의 태도변화를 유도하기 위해 다양한 외교적 조치를 강구하며 이런 기조를 ARF 이후에도 견지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의 이런 방침에 대해 중국측도 공감을 피력하며 ‘북한이 참여하는 6자회담’외에 다른 대안이 없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고 이 관계자는 전했다.

하지만 미국측은 ’벼랑끝 전술’을 구사하는 북한에 대해 ’타협’할 수없으며 ARF 이후 보다 강력한 대북 압박공세를 펼칠 것임을 분명히 했다고 이 관계자는 말했다.

특히 미국은 효율적인 북한 압박을 위해 유엔 결의안에 따른 대량살상무기 확산방지구상(PSI)에 한국측이 보다 적극적으로 참여할 것과 개성공단 및 금강산 관광사업과 관련한 정부의 보조 등에 대한 재고 등을 간접 요청했지만 한국은 남북관계를 감안해 ’적절하게 대응하겠다’는 입장을 견지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의 또 다른 관계자는 “북한의 미사일 발사에 따른 유엔의 대북 결의안에서 북한에 대한 제재 명분을 얻었다고 판단한 미국은 유엔 결의안 채택을 전후로 외교경로를 통해 여러차례 남북경협의 재고와 PSI 참여를 적극 요구해왔다”고 말했다.

특히 지난주 천영우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이 워싱턴을 방문했을 때 크리스토퍼 힐 미 국무부 차관보(6자회담 수석대표) 등 미 고위층 인사들이 미국의 강경 압박방침을 전달했다고 관계자는 설명했다.

미국의 제재방안에는 과거 클린턴 시절 해제한 경제제재의 복원과 BDA(방코델타아시아) 은행의 북한 계좌 동결과 유사한 금융제재 확대, PSI에 따른 북한의 미사일 관련 물자 이전 차단 등이 포함돼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의 PSI 방안은 로버트 조지프 국무부 군축·국제안보 담당 차관이 담당하는 조치로, 미사일과 핵무기 등 대량살상무기(WMD)와 관련된 제품이나 부품을 실은 것으로 의심되는 선박이나 항공기를 직접 나포하고 수색할 수있도록 하는 것을 골자로 한다.

미국측은 유엔 결의안 가운데 ’미사일 혹은 미사일 관련 물품, 재료, 제품, 기술을 북한에서 구매하지 않도록 하고 북한의 미사일이나 대량살상무기 프로그램과 관련된 재정적 자원을 북한에 이전하지 말고 이러한 행위를 감시하도록 회원국들에 요구한다’는 대목을 들어 유엔 회원국인 한국의 참여를 압박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 우리측은 한반도 주변 해역을 북한과 공유하는 한국으로서는 자칫 한반도의 무력도발로 연결될 수 있는 PSI에 ’현재 이상의 수준’으로 참여하는 것은 어렵다는 뜻을 전했다고 이 관계자는 전했다.

송민순 실장도 19일 PSI에 대해 “지금 우리가 취하고 있는 조치 이상의 추가적인 조치를 취하지 않을 것”이라고 분명히 했다.

정부는 지난해말 미국과 PSI 참여 확대방안을 논의해 역내외 차단 훈련시 참관단을 파견하고 역내외 PSI 회의 결과 브리핑은 청취하되, PSI 정식 참여와 역내외 차단 훈련에 대한 물적 지원은 하지 않기로 했었다.

정부 고위 당국자는 “유엔 결의안은 회원국에 ‘요구’하는 수준이지 법적 구속력은 없다는게 정부의 판단”이라고 말했다.

그는 “유엔 결의안의 성격은 물론, 북한압박의 수단과 그에 따른 결과를 놓고 한미간 의견이 완전히 일치하는 것이 아니다”면서 “한미간 외교채널을 통해 이견조율 작업을 지속적으로 전개해 나갈 방침”이라고 말했다./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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