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세안(ASEAN.동남아국가연합)이 25일부터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에서 열리는 외무장관 회담(AMM)과 지역안보포럼(ARF)을 통해 북한 핵문제 등 지역현안에 본격 개입하겠다는 뜻을 피력하고 있어 주목된다.

올해로 40주년을 맞는 아세안은 10개 회원국간의 외교적 마찰을 피하기 위해 민감한 현안을 의제로 삼는 일을 관행적으로 기피하는 경향이 있었으나 올해 회의부터는 달라진 모습을 예고하고 있다.

특히 북한 미사일 위기가 국제사회의 첨예한 현안으로 대두하고 있는 상태에서 이번 ARF 회의는 북한 문제를 본격적으로 다룰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아세안 회원국의 한 외교관은 “이번 회의는 거대한 기회의 창”이라며 “갑자기 우리는 가장 적당한 시간에, 그리고 가장 적당한 장소에서 모든 이해 당사국들이 만날 기회를 갖게 됐다”고 말했다.

그는 “여기에서 우리가 아무런 말도 안 한다면 그야말로 범죄나 다름없다”고 덧붙였다.

ARF엔 지난 2000년 회원국으로 가입한 북한을 비롯한 아세안 10개국과 한국, 미국, 중국, 일본, 러시아, EU(유럽연합) 등 북한 핵문제를 둘러싼 모든 당사국들이 참여하고 있다.

6자회담 미국측 수석대표인 크리스토퍼 힐 미 국무부 동아태 차관보가 콘돌리자 라이스 미 국무장관을 수행, ARF에 참석할 예정이고 백남순 북한 외무상의 ARF 참석 가능성도 점쳐지고 있다.

옹켕용(王景榮) 아세안 사무국장도 “(이번 회담에서) 북한 문제에 대한 액션이 있길 기대한다”며 “미국과 북한간에 대화할 기회와 통로가 만들어질 수 있다는 점에서 이번 쿠알라룸푸르 회의는 매우 좋은 기회”라고 말했다.

게다가 구속력이 있는 새로운 동아시아 안보 협의체를 창설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는 상황에서 아세안은 ARF의 존재가 의미를 갖도록 하기 위해 지역현안에 대해 한층 더 강제적인 조치를 강구하고 있다고 홍콩 영자지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가 24일 전했다.

이에 따라 아세안은 북한 문제 외에도 가장 골치 아픈 회원국인 미얀마에 대해서도 종전의 태도를 버리고 강력한 성토를 준비중이다.

아세안은 AMM 회의에서 미얀마 군사정권의 미진한 민주화 이행 문제를 집중 추궁하면서 민주화운동 지도자인 아웅 산 수치 여사의 가택연금 해제 문제를 아세안 회원국간 ’내정 불간섭’ 관행을 탈피하는 시험대로 삼을 계획이다.

시에드 하미드 알바르 말레이시아 외무장관은 “아세안은 더욱 강력한 노선이 필요하다”며 “미얀마가 아세안과 미국, 유럽 등 국제사회와의 관계를 뒤흔들고 있는 만큼 미얀마에 회원국 전체의 입장을 반영시켜야 한다”고 말했다./홍콩=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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