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일 서울 외교가에서는 이종석(李鍾奭) 통일부 장관이 전날 한 TV방송에서 언급한 ’한미간에 이견있다’는 발언이 화두에 올랐다.

양국간에 이견이 있다고 공개한 고위 당국자가 이 장관 혼자 만은 아니지만 북한 미사일 발사를 계기로 일각에서 이 문제를 ‘정부 비판’의 소재로 줄곧 활용해온 점을 감안하면 이 장관의 ‘고백’은 공격적인 측면이 다분한 것으로 외교소식통들은 보고 있다.

미국과의 외교를 담당하는 외교통상부 당국자들은 일단 이 장관의 발언이 나오기까지의 맥락을 잘 보자고 주문했다.

이 장관은 “한미 간에는 한미동맹이라는 전략적 이해관계가 있기에 많은 부분에서 차이가 없지만 차이가 나는 것은 북한 문제”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한 당국자는 “북한을 어떻게 바라보느냐를 놓고 한국과 미국이 차이를 보이는 것은 당연한 것 아니냐”고 말했다. 분단국가의 통일정책을 맡은 장관이 이런 정도의 발언을 하는 것은 충분히 이해할 수 있다는 것으로 해석됐다.

이 장관이 “(우리가) 미국에 맞춰 달라고 하지만 미국도 최근에는 자기 입장이 있는 만큼 일치되는 것도 있지만 몇가지 북한 문제에 의견이 다른게 있는 것도 사실”이라고 말한 것이 외교부 당국자들의 이해를 돕고 있는 듯했다.

하지만 북한의 미사일 발사에 이어 유엔 안보리 대북 결의안 채택, 그리고 북한을 협상장으로 끌어들이기 위한 관련국들의 미묘한 외교전이 펼쳐지는 현 시점에서 이 장관이 오해의 소지를 유발할 장소에 나가 민감한 발언을 할 필요가 있었는지에 대해서는 외교가의 반응이 엇갈린다.

특히 “논리적으로 미국이 제일 많이 실패한 것”이라며 북한 미사일 사태와 관련된 미국의 착오를 지적한 것이나 ‘안보불감증’을 꼬집은 듯한 버웰 벨 주한미군사령관의 발언에 대해 “(실제) 그렇다면 흔쾌히 동의 못한다”고 대답한 것이 도마위에 오르고 있다.

한 외교 소식통은 “이 장관 개인의 철학과 가치관을 평가하지 않는 것은 아니지만 이런 시점에서 꼭 그렇게 말했어야 했느냐는 의문이 들었다”고 말했다.

게다가 노무현(盧武鉉) 대통령은 지난 주말 후진타오(胡錦濤) 주석과 전화통화를 갖고 ‘현 상황의 악화를 막기 위한 관련국 결단’을 촉구한 터였다.

당국자들은 “특정국가를 염두에 둔게 아니다”고 해명하고 있지만 약간 틀어서 생각하면 한국의 최고 수뇌부가 미국과의 ‘차이남’를 공개적으로 과시하려는게 아니냐는 시각도 나올 법한 상황이다.

이 소식통은 “만일 노 대통령이나 이 장관의 발언이 정부의 전략적 판단에 의해 계산된 발언이라면 나중에 그에 대한 평가를 하면 될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미국이나 일본 주도의 대북 강경 드라이브를 완화하고 북한에게 협상장에 돌아오도록 하기위한 명분 제공의 성격이 강하다면 ‘한국만의 색채’가 가미된 외교전략으로 평가할 수 있다고 이 소식통은 강조했다.

그는 “한반도의 1차적 당사자로서 한반도 정세가 불안해지면 가장 큰 피해는 누가 입을 것인지를 생각해야 한다”면서 “자국이익을 최우선으로 도모하는 미국과 일본의 움직임에 우리가 무책임하게 동조하긴 힘들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외교적으로 민감한 시기인 만큼 책임있는 당국자들이 우발적인 발언이 나올 상황을 미리부터 피하거나 발언을 하더라도 외교적 함의를 고려한 신중함이 요구된다는 지적도 계속 나오고 있다./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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