盧대통령의 ‘관련국 결단’ 이란

노무현(盧武鉉) 대통령은 21일 후진타오(胡錦濤) 중국 국가주석에게 전화를 걸어 북한 미사일 발사 사태와 관련, “상황이 악화되는 것을 방지하고, 6자회담을 조속히 재개해 제반 문제를 외교적으로 해결하기 위해서는 관련국들이 결단을 내릴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여기서 ‘결단’이 어느 나라를 겨냥한 것이냐에 대한 궁금증이 풀리지 않고 있다.

청와대의 핵심 관계자는 “6자회담과 관련된 모든 국가가 좀더 적극적으로 타개책이 뭔지 고민해야 한다는 뜻”이라며 “미국이나 일본 등을 직접 겨냥한 것은 아니다”고 말했다.

그러나 ‘상황 악화 방지’,‘외교적 해결’등은 북한보다 미국, 일본을 염두에 둔 것 아니냐는 분석이 많다. 한 국책연구소 전문가는 “노 대통령이 북한 미사일에 대해 직접적인 비판을 하지 않고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북한에 촉구했다고 보기는 어려울 것 같다”고 말했다.

정부는 실제 북한 미사일 발사 후 유엔 헌장 7장을 원용한 미·일 주도의 유엔 안보리 결의에 반대했었다. 유엔 헌장 7장은 군사적 수단 사용의 근거가 된다는 것이 이유였다.

이어 지난 19일 안보관계장관회의에서는 7장이 삭제된 안보리 결의에 대해서조차 과도한 해석이나 적용을 반대한다는 기본입장을 확인했다. 이종석 통일부장관은 방송에 출연, “미국이 하는 것이 다 국제사회가 하는 것인지는 따져봐야 한다”고 말하기도 했다.

이 같은 움직임은 노 대통령이 최근 미·일의 압박 움직임을 ‘상황 악화’로 판단했을 가능성이 높음을 뜻한다. 노 대통령이 후진타오 주석과의 전화협의를 주도했고, 이 발언을 청와대 대변인이 적극적으로 공개한 것 등은 노 대통령이 미국과 일본에 ‘미·북 양자대화에 나서라’ ‘추가 압박은 하지 말라’ 등의 메시지를 각각 전하고 싶었던 것 아니냐는 얘기도 전문가들 사이에서 나오고 있다.

미·북 양자 대화가 필요하고, 북한에 대한 압박만이 해결책이 아니라는 입장은 이미 정부 당국자들도 몇 차례 언급한 적이 있어 이런 관측을 뒷받침하고 있다.
/이하원기자 may2@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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