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계종 前총무원장, 북한·대북정책 동시에 질타
“우린 박애정신으로 대했는데… 나도 속았다
지금처럼 할말 못하며 北에 끌려다녀선 안돼”



◇월주 스님은“북한이 6자회담에 복귀하는 등 완전히 변화하는 것이 북한문제 해결의 출발점”이라며“우리 정부의 대북정책도 일대 전환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주완중기자 wjjoo@chosun.com

“김구 선생은 김일성에게, 김대중 전 대통령은 김정일에게 속았다. 나도 속은 느낌이다…. 이런 점을 국민들과 대북 관련 업무를 하는 사람들에게 분명히 알리고 싶다.”

조계종 총무원장을 역임한 원로 월주(月珠) 스님. 우리민족서로돕기운동 상임대표로 10차례 방북, 인도적 사업을 펼쳐 온 그가 지난 20일 선진화국민회의 토론회에서 북한과 우리의 대북정책을 매섭게 질타했다.

23일 오전 서울 광진구 영화사(永華寺)에서 만난 월주 스님은 ‘속았다’고 생각하는 이유를 소상히 설명했다.

“소련은 이미 1945년 9월 스탈린 지시로 북한 지역에 공산정권을 세울 계획을 마쳤습니다.

김일성은 그렇게 정권수립을 준비하면서 한쪽으로는 김구 선생과 남북 협상을 하고 통일정부를 세우자고 합의했습니다. ‘자주, 외세 배격’이란 이미지만 높인 것이죠.

김대중 전 대통령도 김정일 위원장과 6·15 정상회담을 하면서 긴장이 완화될 줄 알았는데 그후로 북한은 서해교전, 핵 보유 선언에 이어 미사일까지 발사하지 않았습니까? 그래서 속았다는 것입니다.”

월주 스님은 “저 개인적으로도 늘 북한에 갈 때마다 항공료는 물론 체류비, 행사비용까지 우리가 가져가며 박애정신으로 대했는데 북한이 미사일까지 쏘는 것을 보고 속았다는 생각이 든다”며 “대북정책의 일대 전환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일대 전환의 내용으로 “북한이 핵무기를 포기하고 6자회담을 비롯한 각종 회담, 이산가족 상봉에 응하는 등 상황을 완전 복원시키는 것이 먼저”라며 “지금처럼 할 말 못하면서 끌려다니면 안 된다”고 강조했다.

그는 “노 대통령이 일본의 선제 공격 발언에 ‘부당하다’고 한 것은 잘했다”면서도 “그러나 똑같은 수준으로 북한에도 부당하다고 해야 하는데 그러지 못했다”고 비판했다.

“북한의 스커드미사일은 우리에겐 당장의 위협입니다. 관련 당국자들은 시급히 회의를 열어 대책을 마련해야 합니다. 경계해야 할 때 경계할 줄 알아야 평화가 정착됩니다.

주변국들이 ‘미사일’이라고 하는데 우리만 ‘인공위성’이라며 옹호하는 듯한 모습을 보이는 것은 국민의 안보 불안감을 높입니다. 정보가 부족하면 그렇게 표현하지 말았어야죠.”

월주 스님은 “위협에는 강력하게 경고도 하고, 인도적 지원도 국제 공조의 틀 속에서 하면서 강·온 양면으로 북한의 변화를 이끌어내야 한다”며 “그러나 제재는 변화를 이끌어내기 위한 수단이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우리는 건국정신 즉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 헌법정신이라는 분명한 토대 위에 일대 통합을 이뤄야 합니다. 감상적인 ‘우리끼리’로는 곤란합니다.”

월주 스님은 최근 정세 악화에 따른 여파 때문에 지난 2003년부터 이끌고 있는 대북·제3세계 지원 단체인 지구촌공생회의 지원활동도 당분간은 동남아 등에 주력할 예정이라며 “민간 단체 역시 북한의 변화를 보아 가면서 지원 재개문제를 고민해야 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종교계 원로로서 김영삼·김대중 정부 시절엔 김수환 추기경, 강원룡 목사 등과 함께 대통령을 자주 면담했던 월주 스님은 “노무현 정부 들어서는 2년 전엔가 단 한 번 만났다”며 “경륜 있는 원로들로부터 쓴소리를 듣는 자세가 아쉽다”고 말했다./김한수기자 hansu@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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