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은 21일 저녁 후진타오 중국 主席과 북한 미사일 문제에 대해 통화하면서 “상황악화를 방지하고 6자회담을 조속히 再開해 문제를 외교적으로 해결하려면 관련국들이 決斷을 내릴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청와대는 대통령의 이런 말은 특정 국가를 겨냥한 것이 아니라고 설명했다.

지금 시점에서 한국 대통령이 6자회담 대상국들에 상황이 악화되지 않도록 요청하는 것은 있을 수 있는 일이다. 그러나 지금처럼 외교적으로 민감한 시기엔 한국 대통령 대화 상대의 先後를 정확히 가리고 이에 대한 主題의 우선 순위에 세밀한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그렇지 못하면 외교적 오해가 발생하고 가뜩이나 각종 정보에서 차단된 한국의 孤立感은 더욱 심화될 뿐이다. 그런 측면에서 이번 통화를 청와대 설명대로만 받아들이기 어려운 사정들이 있다.

한국 쪽에서 요청해 이뤄졌다는 중국 주석과의 통화는 30분간 이어졌다. 대통령은 北 미사일 문제에 대해 미국 대통령과는 10분간 통화했고 일본 총리와는 통화한 적이 없다.

더구나 대통령이 미·일이 對北 추가 제재를 모색하는 시점에서 중국 주석에게 전화를 걸어 ‘외교적 해결을 위한 관련국들의 결단’을 말한 것은 중국에 미·일에 대한 견제를 요청한 것으로 비칠 가능성이 높다. 북한 미사일 문제를 놓고 美·日 노선에 맞선 韓·中 진영을 형성하려는 布石으로 받아들여질 수 있다는 것이다.

만일 이게 정부 복안이라면 정부는 정세를 誤判하고 있는 것이다. 미국과 중국은 유엔 안보리 대북 결의안을 채택하는 과정에서 북한 미사일 문제를 처리하는 큰 원칙에 합의했다. 미·중은 지금 그 합의 틀 안에서 움직이고 있다.

한국 대통령이 장시간 전화통을 붙잡고 중국 주석을 설득한다고 해서 중국의 행로를 바꿀 수는 없다. 더구나 중국 등에 올라타 미국을 制御하겠다는 뜻이라면 순진하기 이를 데 없는 생각이다.
이 정부는 미국과 중국 사이에 對決구도가 형성됐거나 임박했다는 오해에 바탕을 둔 듯한 일을 여러 차례 벌여 왔다.

이 정부가 駐韓 미군의 한반도 밖 전개인 ‘전략적 유연성’에 반대했던 것도 미·중이 대만문제로 격돌할 때 주한 미군이 개입돼선 곤란하다는 피해망상 때문이었다. 동북아 均衡者論은 미·중 사이 고래싸움에 우리 등이 터지지 않으려면 미국과 거리를 두면서 그만큼 중국에 다가서야 한다는 시나리오였다.

작년 중국 GDP는 2조2000억달러로 미국 GDP 12조5000억달러의 6분의 1이다. 2004년 중국 국방비 354억달러는 미국 국방비 4553억달러의 13분의 1이다. 중국은 아직 미국에 맞설 만한 경제력과 군사력을 갖추지 못했다. 중국 스스로가 적어도 앞으로 20년은 미국 중심 질서에 順應하며 힘을 키워 나가겠다는 자세다.

이 정부 혼자만 미·중 대결구도라는 헛것을 보고 있는 것이다.
미국 앞에선 한·미 共助를 말하고, 뒤돌아서선 중국을 지렛대 삼아 미국을 견제하겠다는 한국의 어리숙한 이중 플레이가 통할 세상이 아니다.

그래 놓고 한국이 미국 귀에 대고 한국식 해법을 속삭여 본들 무슨 소용이 있겠는가. 이 정부가 혼자만의 착각에 바탕을 두고 펼치는 외교적 모험주의가 나라를 국제사회의 迷兒 신세로 만들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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