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부인 아들 후계자 낙점 바라지 않을 듯
후계 논의 금지령 김씨 등장과 무관치 않다는 관측
김정일 신임 두터운 황병서 부부장 김 옥 최측근


김정일 국방위원장과 동거에 들어간 김 옥(42)씨가 사실상 북한의 퍼스트 레이디로 등장함에 따라 향후 김 위원장의 후계구도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주목된다.

김 옥씨는 20대부터 오랫동안 김 위원장의 곁에서 업무를 보좌해 일찍부터 정치와 권력에 눈을 뜬 만큼 어떤 식으로든 후계구도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현재 후계자로 거론되고 있는 김정일 위원장의 아들은 고(故) 성혜림씨가 낳은 장남인 정남(35), 고(故) 고영희씨가 낳은 차남 정철(25)과 삼남 정운(22) 등이다.

김 위원장과 김 옥씨 사이에 자녀가 있는지 확인되지는 않았지만 자녀가 없을 가능성이 상당히 높은 가운데 김 위원장과 사이에 설사 아들이 있다고 해도 나이가 너무 어려 당장 후계자로 낙점되기 어려운 상황이다.

이런 상황에서 아직 40대 초반에 불과한 김 옥씨가 전 부인의 아들 중 한 명이 일찌감치 후계자가 되는 것을 달가워 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전 부인의 아들이 후계자로 선정될 경우 당장 권력의 중심이 후계자에게 쏠려 퍼스트 레이디로서의 지위가 흔들릴 것은 뻔하기 때문에 김 옥씨는 김 위원장으로 하여금 후계자 선정을 최대한 늦추도록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다는 것이다.

최근 북한 내부적으로 후계문제 논의가 금기시되고 있는 것도 김 옥씨의 등장과 무관치 않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김 위원장은 작년 말 김기남 노동당 비서, 박재경 군 대장 등 당.군 측근들에게 3대 세습이 국제사회에서 웃음거리가 될 수 있다며 후계논의 금지령을 내렸다.

이 자리에 배석했던 측근의 대부분은 고영희씨와 가까워 고씨의 아들인 정철과 정운 중 한 명을 후계자로 만들려고 했던 인물들이지만 김 위원장의 지시 이후 후계문제에 함구하고 있다는 후문이다.

이 같은 후계논의 금지 배경에는 김 위원장이 후계자 선정에 따른 권력의 레임덕 현상을 우려하는데다 김 옥씨의 입김도 적지 않게 작용한 것 아니냐는 추측이 나오고 있다.

복수의 대북소식통은 “김정일 위원장의 전 부인인 고영희씨가 사망하고 김 옥씨가 새 부인이 되면서 북한 권력내부에서는 후계문제가 사그라든 것으로 안다”며 “김씨의 등장으로 후계논란이 사라졌다고 단정할 수 없지만 어느 정도 연관성이 있는 것은 사실”이라고 말했다.

김 위원장의 측근 중 김 옥씨의 신임이 가장 큰 인물은 황병서 노동당 조직지도부(군사담당) 부부장.

황 부부장이 작년 5월 공개석상에 모습을 드러낸 이후 김 위원장의 군부대 및 산업시찰 등 각 분야 현지지도에 거의 빠짐없이 동행하고 있는 것도 김 옥씨의 영향력과 연관시켜 봐야 한다는 지적이다.

국가정보원 자료에 따르면 황 부부장은 올 상반기 김정일 위원장의 공개활동(71회)을 가장 많이 수행한 인물로, 단독 수행 20회를 포함해 총 48회 김 위원장을 수행했다.

김 옥씨는 2년간의 업무정지 처벌 끝에 작년 말 복귀한 장성택 노동당 근로단체 및 수도건설부 제1부부장과도 친분이 두터운 것으로 전해졌다.

한 대북소식통은 “김 옥씨는 워낙 처세에 능해 그동안은 장성택 제1부부장 등 김 위원장의 측근들과 가까웠지만 이제는 자신의 권력기반을 위해 2인자인 장 제1부부장을 견제하는 입장으로 돌아설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전망했다./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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