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 마카오의 방코 델타 아시아(BDA)의 북한 계좌를 매개로 대북 금융제재 움직임을 보이고 있는 가운데 마카오의 긴장감도 고조되고 있다.

미 재무부는 BDA내 2천400만달러 상당의 북한 계좌를 동결한 이후 계좌 내역에 대한 분석작업을 거의 마무리하고 거래내역의 상당부분을 파악한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현재 북한 계좌에 대한 조사는 형식적으로는 마카오 금융관리국이 맡는 모양새를 띠고 있지만 미국은 마카오측으로부터 BDA 관련 자료를 넘겨받아 실질적인 조사를 벌여왔다.

마카오 당국과 금융권은 BDA 조사건에 대해선 철저히 함구로 일관하고 있다.

한 소식통은 “마카오는 이번 BDA 사안을 철저하게 미국과 북한, 중국간의 정치적 관계로 보고 있기 때문에 북한계좌 조사에 상당히 수동적인 입장”이라며 “마카오 당국도 전혀 상황을 파악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마카오는 BDA의 북한거래로 인해 ‘불법 돈세탁 도시’로 낙인찍힐 것을 우려하면서 게다가 북한 문제를 둘러싼 미국과 중국 사이에서 오도가도 못하는 난처한 처지가 돼 있다.

홍콩과 마카오 금융권에선 미국의 북한 계좌 조사결과를 세가지 가능성으로 분류하고 있다.

첫째는 미국과 마카오 당국이 BDA 북한 거래자금의 출처와 용처를 파악했을 가능성이다.

특히 미 당국자는 이들 계좌거래가 상당수 수작업으로 이뤄진 점으로 미뤄 김정일 국방위원장 등 고위 수뇌부의 개인 거래가 포함돼 있을 것이라는 추론을 언론에 흘리고 있다.

돈세탁, 마약대금 등 불법 자금이 북한 지도부에게 건네진 사실이 확인될 경우 DBA 뿐 아니라 북한에 대한 금융제재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두번째는 미국이 2천400만달러 외에 또다른 북한 불법거래 계좌나 자금을 찾아냈을 가능성, 세번째는 BDA가 북한과의 불법거래에 주동적으로 개입한 증거를 찾아냈는지 여부가 주목을 받고 있다.

일단 미국은 어떤 식으로든 북한계좌와 관련된 불법 증거를 파악했을 개연성이 높지만 현재 아무런 물증도 확보하지 못한채 북한 압박을 위해 ‘BDA 카드’를 갖고 있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홍콩의 한 금융계 인사는 “솔직히 미국이 BDA 북한계좌에 대해 불법성을 확인했는지, 아니면 아무 것도 없는데도 북한을 압박하기 위해 있는 척 하는 것인지 짐작키 어렵다”고 말했다.

테러.금융범죄 담당인 스튜어트 레비 미국 재무부 차관이 한국, 베트남, 일본,싱가포르를 방문하면서 중국이나 마카오, 홍콩을 빼놓았다는 점에서 BDA에서 별다른 증거를 찾지 못한 것 아니냐는 추정이 나오고 있다.

이와 관련, 북한내 유일한 외국계 합작 금융기관인 대동신용은행의 나이젤 코위 행장이 지난달 마카오 정부를 상대로 BDA 은행에 동결된 북한자금 회수를 위해 법적 조치를 검토하고 있다고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가 전하기도 했다.

코위 행장은 2천400만달러중 상당액이 대동신용은행 자금이라며 BDA 자금동결 조치로 대동신용은행 등 정상 영업을 하고 있는 모든 분야까지 영향을 주고 있다고 주장했다.

BDA는 현재 미국측 주장에 대한 법률자문으로 헬렌 에어만사를, 거래내역을 재점검하는데 회계법인 언스트앤영, 돈세탁 방지 규정과 관련한 자문역에 델로이츠사를 고용하고 대응중이다./홍콩=연합
저작권자 © 조선일보 동북아연구소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