콘돌리자 라이스 미국 국무장관의 이달 방한계획이 중동문제로 무산 됨에 따라 외교 당국은 일말의 아쉬움을 갖게 됐다.

대안으로 오는 27~28일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에서 열리는 아세안지역안보포럼(ARF)을 계기로 한 한미 양자회담이 추진되고 있지만 바쁜 두 장관의 일정상 짧게 1~2시간 만나는데 그칠 것으로 예상돼 기대효과 측면에서 라이스 장관의 방한과는 비교하기 어렵다.

라이스 장관의 방한 및 반 장관과의 회담이 성사되면 미사일 문제에 대한 한미 양국의 입장을 각각 설명하고 조율하는 기회가 되는 것은 물론, 북한 미사일 문제의 외교적 해결이라는 큰 기조에 양측이 공감하고 있음을 대외적으로 알리기에 좋은 계기가 될 수 있었다는 것이 외교당국이 아쉬움을 갖는 대목이다.

미국과 일본이 추진한 유엔 안보리의 대북 결의안에 유엔 헌장 제7장이 언급된데 대해 우리 정부가 반대 입장을 밝히면서 한국과 미·일 사이에 미사일 해법을 둘러싼 미묘한 입장차가 드러났지만 유엔 안보리가 15일 만장일치로 ‘제7장’이 빠진 결의문을 채택하고 우리 정부도 이를 지지하면서 ‘입장 차’ 논란은 불식되는 듯 했다.

그러나 미·일이 대북 제재를 행동에 옮길 태세를 보이고 있는 가운데 노무현 대통령이 19일 ‘신중대응론’을 피력하면서 한미간 시각차 논란이 재연된 만큼 라이스 장관은 미사일 문제와 관련, 한미 공조를 확인하는 ‘화려한 이벤트’가 될 수 있었던 것이다.

당초 라이스 장관은 27~28일 ARF 참석을 계기로 24~29일 한중일 3국과 말레이시아, 베트남 등 5개국을 순방할 계획이었지만 레바논 사태 중재를 위해 빠르면 내주 중동지역을 방문할 것으로 알려져 한중일 3국 순방 계획은 뒤로 밀리게 됐다.

ARF 개막 전인 25~26일께 라이스 장관이 방한하는 것으로 미측과 협의를 해오다 중동문제 등을 감안, ARF 이후인 30일께로 일정을 조정하는 방안을 추진했던 외교부는 결국 그의 동북아 방문이 통째로 무산됨에 따라 말레이시아에 체류하는 동안 양자회담을 갖기 위해 미측과 일정을 협의하고 있다.

정부 관계자는 “라이스 장관의 이달 방한 계획은 무산됐지만 말레이시아에서 한미 외교장관 회담을 갖자는데는 양측이 공감하고 있다”며 “세부 일정은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고 전했다.

한편 주무부서인 외교통상부는 중요한 시기에 중요한 인사가 방한한다는 점을 감안한 때문인지 이례적으로 반 장관과 라이스 장관의 공동 기자회견때 동시통역 시스템을 가동할 준비까지 해가며 각별히 신경을 썼던 터라 못내 허탈해 하는 분위기다./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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