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엔결의따라 對北 전략물품 엄격 제한하면…
비누·소금·시계까지 감시대상 될수도 산자부, 국내 수출업체에 ‘주의’ 당부
對北 비료 지원도 문제 삼을 가능성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대북 결의안 1695호를 어떻게 적용하느냐에 따라 사실상 ‘대북 경제봉쇄’ 조치가 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유엔 결의 3·4항은 북한 미사일을 포함한 대랑살상무기(WMD)와 관련돼 군민(軍民) 양용의 ‘이중 용도(Dual Use)’ 물품 거래를 제한할 수 있게 했다.

◆무기전용 가능한 물품들

우리가 쉽게 접할 수 있는 비누, 소금, 테니스 라켓, 시계, 비료 등이 모두 포함된다. 비누에는 글리세린이 포함돼 있는데, 이것이 폭발물의 원료로 쓰일 수 있다. 소금은 나트륨을 분리시켜 금속 나트륨으로 만들면 물과 급격하게 반응하는 폭발물이 될 수 있다.

테니스 라켓의 줄은 강하면서도 얇은 탄소섬유로 돼 있어 미사일 동체, 항공기에 긴요하게 쓰인다. 또 질소비료는 폭발물 제조에 필수적인 질산을 포함하고 있어 폭발물을 만들기 쉽다. 시계의 부품은 시한폭탄의 부품으로 전용 가능하다.

일부 우리 기업체는 이런 이중용도 규정을 어겨 곤욕을 치르기도 했다. 한 업체가 2004 년 태국에 공업용 청화소다(시안화나트륨)를 수출했으나, 이것이 북한으로 재수출될 뻔해 문제가 됐다. 청화소다는 대부분 농약이나 도금용으로 쓰이나, 대규모 인명 살상이 가능한 화학무기로 전용이 가능하다.

◆이중 용도 엄격 제한

베이징 주재 북한 외교관은 안보리 결의 채택 후 언론 인터뷰를 통해 “미사일의 경우 특수강·보석에서 콩기름·면 따위에 이르기까지 온갖 재료가 들어가는 현대 군사기술의 종합체이기 때문에, 어디까지를 부품·재료로 보느냐에 따라 ‘경제 제재’와 같은 효과도 낳을 수 있다”고 말했다.

유엔 결의 채택에 앞장선 미국과 일본은 다자 수출통제체제를 통해서 이중 용도 물자를 적극 규제해 사실상 경제봉쇄 효과를 노릴 가능성이 크다.

WMD의 확산을 막기 위한 다자 수출통제 체제는 핵공급 그룹(NSG), 바세나르 체제, 쟁거위원회(ZC), 호주그룹(AG), 미사일 기술통제체제(MTCR)가 있다. 이들 5대 다자 체제는 총 1만개에 이르는 전략 물품 통제 리스트를 갖고 있다.

국방연구원의 한 전문위원은 “전 세계 생산 품목의 약 5%가 이중용도 품목”이라며 “이 중 민감도가 강한 1종 품목과 그보다 덜한 2종 품목의 비율은 약 1:9”라고 말했다. 정부 당국자는 “미·일 양국이 마치 수도꼭지에서 한 방울의 물도 흘러나오지 않도록 철저히 전략물자를 통제할 것이 분명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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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기업 수출에도 영향

국내 수출업체에도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산업자원부는 유엔 결의안이 나오기 4일 전인 11일 이와 관련된 ‘전략물자 뉴스레터’를 발송, 주의를 촉구했다.

산자부 전략물자관리팀 조성균 팀장은 20일 “안보리 결의에 따라 각국의 전략물자 수출 통제가 더 강화될 것”이라며 “각 업체가 피해를 입지 않게 각별한 주의를 기울이도록 할 것”이라고 말했다.

우리 정부가 북한에 지원해 온 비료 등도 제한받을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특히 미·일 등이 대북 지원용 화학비료가 WMD 원료로 사용됐을 가능성을 문제삼을 수 있다는 관측도 있다.

한나라당 전여옥 최고위원은 “올해까지 대북 비료지원은 총 225만t으로 모두 화학비료”라며 “상당량이 무기로 전용됐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

[키워드] 이중용도 물자 민수용뿐 아니라 군사용으로도 사용될 수 있는 물품을 말한다. 주로 철강, 알루미늄, 전기기기 등이 여기에 속한다. 미사일기술통제체제(MTCR)를 비롯한 비확산 통제체제 회원국은 이중용도 물품을 ‘위험국가’에 유출되지 않도록 관리할 의무를 갖는다./이하원기자 may2@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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