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서 대북지원 계속 한다면 美·日 추가제재 실효 없는데…


북한을 압박하는 문제에서 한국 정부와 미·일 간에는 구조적으로 충돌이 불가피하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미·일은 제재에 한계=미·일은 북한이 6자회담에 복귀하지 않으면 유엔 대북 결의안 이외의 추가 제재를 하겠다고 발표했다. 당장 미국은 클린턴 대통령 시절 완화했던 대북 경제제재를 재개하겠다고 했다. 일본은 대북 금융제재를 이르면 8월 중에 발동한다는 목표로, 미사일 관련 혐의가 있는 북한 기업 및 개인 리스트를 만들고 있다고 한다.

그러나 이런 제재의 효과는 별로 없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미·북 간 연간 무역액은 200억원 정도에 불과하다. 미국은 세계식량계획을 통한 식량 지원도 유보한 상태다. 일본에서 북한으로 들어가는 돈은 대부분 북한 방문자들이 북한 내 가족에게 현금으로 직접 주는 것이어서 일본 금융체제 밖에 있다.

◆한·중이 실질카드=미국이 북한을 실질적으로 압박하고 있는 것은 금융제재다. 실제 북한은 “숨통이 막힌다”고 표현할 정도로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 미사일을 발사하고 6자회담에 나오지 않는 것도 모두 금융제재를 풀어 달라는 시위다. 이런 상황에서 북한에 실질적으로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카드는 중국과 한국, 특히 한국이 갖고 있다.

북한은 연간 소비량의 80%에 해당하는 80만~90만 t의 원유를 중국에서 시장가 이하의 가격으로 수입한다. 중국에서 북한으로 들어가는 송유관은 북한의 생명선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크리스토퍼 힐 미 국무부 차관보는 북한의 미사일 발사 후 “중국에 며칠 만이라도 송유관을 끊어 달라고 요청했다”고 말한 바 있다.

북한 대외무역의 54%가 중국과의 무역이고, 20만~30만 t의 식량도 지원받고 있다. 중국이 이를 끊을 가능성은 거의 없고, 미국이 중국에 미칠 수 있는 영향력에도 한계가 있다.

◆결국은 한국=결국 미국이 주목할 대상은 한국밖에 없다. 한국은 매년 40만~50만 t의 식량과 35만 t의 비료를 주고 있다. 비료 지원의 효과는 쌀 지원의 2~3배 정도이기 때문에 북한 식량 부족분(연간 200만 t)의 절반 이상을 남측이 지원하는 셈이다.

여기에다 금강산 관광비, 개성공단 임금으로 한 해 2000만 달러가 들어간다. 북한이 마카오 은행에 묶인 2400만 달러 때문에 무모한 모험을 강행하고 있는 것에 비춰볼 때 이 액수는 결코 적지 않다.

공식 통계에 잡히지 않는 민간 차원의 지원도 적지 않다. 전문가들은 이까지 포함하면 매년 1조원 내외의 돈이 북한에 들어갈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한국의 대북 지원이 끊길 경우 북한 체제는 결정적 고비를 맞을 수 있다.

◆한·미 갈등구조=미국은 한국이 지원을 끊지 않는 한 북한의 핵·미사일 개발이 지속될 수밖에 없다고 보고 있고, 한국 정부는 대북 지원을 끊으면 한반도가 위험해진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이 입장 차이는 노무현 정부와 부시 정부가 맞서 있는 한 해소될 가능성이 거의 없다.

정부 관계자들 중엔, 공식적으로는 모두 부인하지만 개성공단과 금강산 관광이 결국 한·미 간 견해 충돌의 중심에 오르게 될 것이라고 전망하는 사람들이 많다. 미국 관계자들이 “개성공단의 북한 근로자들이 직접 임금을 받아야 한다”고 요구하는 것은 북한이 이를 받아들일 수 없다는 사실을 알면서 하는 말이다. /안용균기자 agon@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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