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일의 칼' 북한 군부
‘先軍정치’이후 黨 우위 구도 무너져
金正日 추대과정서 떠오른 부류 많아



북한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외부 세계를 향해 쓸 수 있는 카드는 단 하나, 군사력밖에 없다. 김 위원장의 권력을 지켜줄 수 있는 것도 군부밖에 없다.

김 위원장은 노동당에는 남한과 협상하라고 하고, 군부에는 체제를 지키라고 하면서 노동당과 군부의 견해가 다를 때는 100% 군부의 손을 들어 주고 있다. 최근 남북관계와 미사일사태가 대표적이다. 김 위원장의 분신들과도 같은 북한 군부는 누구며 어떤 생각을 하고 있는지를 두 차례 연재한다.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에게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사람들은 누굴까. 공식 서열보다 중요한 것이 있다. 전문가들은 공통적으로 김 위원장이 주기적으로 여는 측근파티에 참석하는 멤버들이라고 했다. 이 측근파티의 다수가 바로 군부 실세들이다.

탈북 외교관 출신인 현성일씨는 최근 박사학위 논문에서 측근파티에 참석하는 38명을 공개했다. 이 중 순수 군출신은 조명록 국방위원회 1부위원장 등 9명이지만, 당에 있는 군 관련자까지 포함시키면 상황은 달라진다.

강상춘 서기실장 등 군 출신, 전병호 당 군수담당 비서 등 군수 담당자들까지 포함하면 17명에 이른다. 측근 파티 참석자 38명 중 45%가 군출신인 것이다.

◆국방위 포진

8명으로 구성된 국방위는 단순히 국방을 담당하는 기구가 아니라 북한 헌법상 최고지도기관이다.

이 국방위에는 김정일 위원장을 정점으로 조명록 1부위원장, 이용무 부위원장, 김영춘 총참모장, 김일철 인민무력부장 등 4명이 현역 장성이다. 나머지 3명은 당 군수담당 비서인 전병호, 김양건 책임참사, 그리고 우리 정부도 신원을 정확히 파악하지 못한 백세봉이다.

◆당·군 일체화

전문가들은 ‘선군(先軍)정치’ 주창 이후 당 우위 권력구도에서 당과 군의 일체화 단계에 와 있다고 말했다. 인민군 총참모장 출신인 오극렬이 대남공작을 지휘하는 당 작전부장을, 호위사령부 출신인 강상춘이 김 위원장의 비서실장 격인 서기실장을 맡고 있다.

당의 핵심부서인 조직지도부에 인민군 작전국장 출신인 이용철 1부부장, 인민군 총정치국 출신의 황병서 부부장이 포진한 것도 군의 격상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전문가들은 말했다. 북한의 선군정치가 구호만이 아니라 실제 권력에도 나타나 있는 것이다.

◆군부 실세 4인방

군 서열상으로는 조명록 총정치국장, 김영춘 총참모장, 김일철 인민무력부장 등이 최고위층을 형성하고 있지만 이들은 얼굴 마담 격이고, 이명수 총참모부 작전국장, 이용철 조직지도부 1부부장, 황병서 조직지도부 부부장 등이 핵심 실세라고 전문가들은 전했다.

이용철 1부부장은 김 위원장에게 올라가는 군 관련 모든 보고와 제의서를 관리하고 있다. 황병서 부부장은 김 위원장의 올 상반기 시찰 71회 중 가장 많은 48회를 수행한 최측근이다. 그는 인민군 총정치국에서 일했고 군부 인사를 담당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명수 작전국장은 군내에서 일어나는 모든 일을 관장하기 때문에 핵심 실세로 꼽힌다. 여기에 최근 군부에서 원용해 보위사령부 국장이 급부상하고 있기 때문에 이들 4명을 군부 실세 ‘4인방’으로 볼 수 있다고 인민군 상좌 출신인 최주활씨는 전했다.

◆출신 배경

군부 실세들은 멀게는 김 위원장이 군 장악을 시작한 70년대 이후, 가깝게는 90년대 국방위원장 추대 이후 치열한 충성경쟁에서 살아남은 사람들이다.

오극렬 현철해 등 일부 ‘혁명 유자녀’ 출신들이 있지만, 김명국 김영춘 김일철 박재경 장성우 조명록 등은 90년대 김 위원장을 국방위원장으로 추대하는 과정에서 충성심과 자질을 인정받아 핵심 측근 대열에 합류한 사람들이다.
/김민철기자 mckim@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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