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이산상봉 중단 통보에 ‘낙심’
70대 이상 70.5%, 신청자 100명 중 23명 사망
한해 300 가족씩 만나도 300년 이상 걸려


“한시가 급한데 상봉 중단이라니...”

북한의 이산가족 상봉 중단 통보에 1950년 6.25전쟁 이후 생이별 한 채 가족의 생사도 제대로 모르고 살아온 이산가족 대부분은 덜컹 내려앉은 가슴을 쓸어내리고 있다.

분단 50여년이 지나면서 언제 저세상으로 갈 지 모르는데 ‘하늘의 별따기’로 찔끔찔끔 이어져 오던 상봉마져 끊어진다니 한가닥 잡고 살아왔던 삶의 희망이 한순간에 무너져 내리는 것이다.

지난달 19∼30일 금강산에서의 제 14차 이산가족 상봉을 통해 남북 각 200가족이 이별의 한을 달랬지만 아직도 10만명에 이르는 이산가족들은 언제 올 지 모를 상봉 순서를 기다리고 있다.

이들은 6.15 공동선언 이후 이산가족 상봉이 물꼬가 터져 한가닥 희망을 갖고 살게 됐지만 한 차례에 남북 100가족씩 만나는 이산가족 상봉행사 때마다 만남의 갈증에 마냥 목이 타들어 가고 있다.

10만명의 이산가족이 한번에 100가족씩 만난다면 앞으로 500회 상봉이 이뤄져야 하는데 상봉행사는 1년에 한 두차례만 이뤄지고 있어 연간 상봉 최대치를 300가족으로 잡고 해마다 거르지 않고 만난다고 해도 300년 이상의 세월이 흘러야 모든 이산가족이 한을 풀게 되는 셈이다.

올해는 6.15공동선언 6주년 기념으로 제 14차 특별상봉에서 200 가족이 만나 지난 2월 제 13차의 100가족과 합쳐 상봉 사상 처음으로 한해 최대 규모인 300가족이 이산의 한을 풀었다.

그러나 이산의 아픔이 시작된 6.25전쟁 발발이 반세기를 훌쩍 넘기며 이산 당시 10살 어린이가 회갑을 훌쩍 넘기는 고령화가 진행되며 이산가족의 마음은 더 없이 바쁘기만 하다.

14차례에 걸친 그동안 이산가족 상봉행사에서 어렵게 만날 날을 기약하고도 사망 또는 노환으로 상봉이 불발되는 사례가 심심찮게 나왔다.

대한적십자사에 따르면 지난 5월말 현재 이산가족 상봉 신청자 12만5천627명 가운데 2만8천994명이 사망, 이산가족 100명 가운데 23명이 상봉순서를 기다리다 한을 품은 채 눈을 감았다.

신청 대기자의 연령대도 90세 이상 2.7%, 80대 24.7%, 70대 43.1%로 70대 이상이 70.5%로 집계돼 건강악화 또는 사망으로 인한 ’상봉 불발’이 더욱 늘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북한이 이산가족 상봉 중단을 선언한 19일에도 반세기 넘게 북녘 가족과 재회할 날을 기다리던 전남 화순의 김기황(99)씨는 고인이 돼 가족들에 의해 장례가 치러지기도 했다. 지난 17일 눈을 감은 김옹은 오는 8.15 화상상봉 예비 순번자였다.

이산가족들은 상봉 횟수를 늘려달라고 아우성을 치고 있지만 남북 당국은 좀처럼 이들의 주장을 수용하지 못하고 있으며, 그나마도 이번 이산상봉 중단 통보처럼 정치적으로 악용되는 사례가 발생해 이산가족들의 마음은 더욱 무거워지고 있다./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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